[현장에서] 악어보다 더 커진 악어새
2023-11-13 05:00
송출 수수료 산정을 두고 유료방송사업자(SO)와 TV홈쇼핑 업체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LG헬로비전은 CJ온스타일과의 수수료 협상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일을 넘기면 정부가 이 둘의 갈등 봉합을 위해 개입한다.
SO와 홈쇼핑과의 관계는 과거 '악어'와 '악어새'에 비유되곤 했다. 방송을 내보내는 방식이 TV 등 매체에 불과했을 당시 홈쇼핑 업체들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인기 높은 케이블 방송 채널을 선점하려고 애썼다. 가능하면 낮은 숫자 채널인 '황금 채널'을 확보해야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 등 방식으로 쇼핑 경로가 다양화하면서 그럴 필요가 적어졌다. 최근 몇 년 새 모바일 쇼핑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했다. SO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시기가 지나고 모바일 쇼핑을 이용하는 50~60대 중장년층 고객 수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홈쇼핑 업체가 판매 방송은 TV로 하면서 결제는 모바일로 유도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모바일 매출 규모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홈쇼핑은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송출수수료 산정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홈쇼핑 업체는 수수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협박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수수료 인상이 답은 아니다. SO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매해 인상되는 추세고 이는 홈쇼핑 업체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송출수수료 인상은 홈쇼핑 측에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영향을 줘 결국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총 1조9065억원이었다. 이 수수료는 2014년(1조374억원)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뒤 매해 평균 8% 수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