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사람 다 샀다"…전기차 수요 꺾이자 중고차 시세도 약세

2023-11-13 05:00

최근 전기자동차 판매량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이와 더불어 중고 전기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 신차 수요가 줄어들자 그 영향이 중고차 시장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높은 판매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고 전기차 시세가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2일 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가 발표한 이달 중고차 시세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 가격은 전달 대비 최대 8.4% 하락했다. 휘발유 모델은 -1.2%, 경유와 하이브리드 모델은 각각 -0.8%, LPG 모델은 -0.6% 등의 하락세를 보인 것과 비교할 때 최대 14배 차이가 난다. 중고차는 특성상 평균 매달 1% 안팎의 감가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고 전기차는 중고차 평균 감가 이상으로 감가가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델별로는 현대차 아이오닉6가 전월 대비 4.9%, 기아 쏘울 EV가 4.5% 하락했다. 수입 전기차의 경우 볼보차 C40 리차지 8.4%, 르노 조에 8.1%, 시트로엥 e-DS3 크로스백 5.5%, 메르세데스-벤츠 EQE 4.7%, BMW i4 4.7%, 테슬라 모델3 2.4% 각각 시세가 떨어졌다.

중고 전기차 시세는 올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전달 대비 보합(0.2% 하락) 수준이던 중고 전기차 시세는 8월 0.9%, 9월 1.7%, 10월 2.5%, 11월 2.0%로 하락폭이 커지는 중이다.

중고 전기차 시세가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전기차 부진으로 인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늘리고, 업체들이 할인 프로모션을 펼치는 것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세 산정의 기준점이 되는 신차 실구매가가 내려가면서 중고차 시세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10월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13만3000대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회사별로는 현대차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 기아는 4.8% 줄었다. 무공해차 보급 목표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고,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가격을 최대 400만원 인하하는 등 내수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판매가격 등도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전기차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지면서 ‘하이브리드’를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고 있다. 올해 9월 누적 기준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은 27만8495대로 전기차보다 20만여대가 더 많았다. 전년 동기 대비(20만3185대)보다 37.1%가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해 충성 고객을 붙잡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가격대를 대폭 낮춘 신규 전기차를 출시해 다시금 수요 반등을 꾀하겠다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케이카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에도 여러 요인으로 인해 중고 전기차 시세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더 기아 레이 EV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