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세련된 여가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해양 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해양 레저 중에서도 궁극의 아이템이라 여겨지는 것이 바로 요트일 것이다. 해외 슈퍼리치를 말할 때면 항상 따라붙는 표현이 “수백억대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이듯이, 럭셔리한 요트는 모든 이가 동경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요트업체가 운항하는 요트에 한두 시간 탑승하는 투어가 일반적이지만,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요트를 단독 대여해 파티를 열거나 레저를 즐기는 프라이빗 투어도 늘고 있고, 개인적으로 요트를 소유하는 요트 오너가 낯설지 않을 만큼 요트 라이프는 점차 대중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3만대의 요트가 있다고 추정된다. 문제는 외산 요트가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인데, 40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요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요트 메이커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저 요트 사업에 적극 진출한다면, 머지않아 세계 시장에서 “K-요트”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할 점은 요트의 제품 경쟁력이 선체나 운항설비 등 기술적 요소가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등의 소프트한 요소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테리어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데, 요트를 “바다 위의 별장”이라고 부를 만큼 공간 인테리어는 요트 선택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K-요트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인테리어 디자인의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벽체 설치 공법이 시스템화돼야 한다. 현재 육상 인테리어에서 사용하는 벽체 설치 방식을 요트에서도 그대로 답습해 공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데, 패널과 벽체틀로 구성되는 선진형 모듈 시스템을 개발해 시공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퍼니처 개발이 필요하다. 사실 선실 공간은 매우 좁고 선체도 자유 곡면이기에, 인테리어 공간 역시 극도로 협소해진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빌트인 퍼니처 시스템을 최대한 적용하고 멀티미디어 기기를 인출입시키는 하우징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사용자의 니즈에 따라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탑승객의 숫자나 이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도록 마음대로 스타일을 변경하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가구가 좋은 예가 된다.

넷째, 이용자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IT 디지털 기술을 인테리어 설계에 잘 접목한다면 단시간 내에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추락 위험이 있는 곳으로 탑승객이 진입하면 이를 감지해 경고하는 센서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자재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이미 선체 제조 부문에서는 오염을 유발하는 FRP를 대체하기 위해 알루미늄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인테리어 부문에서도 저탄소 제품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자재를 적극 채용함으로써 해양 환경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이와 같이, K-요트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답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심미적 측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제공하고 안락함과 안전을 누릴 수 있도록 벽체, 가구, 장비 등의 인테리어 요소가 시스템적으로 구축돼야 하며, 나아가 환경까지 고려하는 혁신적인 이미지로 포지셔닝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요트 산업에 정부와 산업계의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선체나 장비 개발 등의 기술적 부문만큼이나 요트 인테리어 부문에도 충분한 지원이 주어져야 한다. 디자인과 감성 품질이 중요한 요트의 특성상, 인테리어 디자인의 퀄리티가 국산 요트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K-요트가 아름다운 익스테리어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세계적인 슈퍼리치들이 선택하는 명품 요트로 떠오르고, 요트의 천국으로 불리는 지중해와 카리브해 바다 위에서 푸른 파도를 가르며 멋지게 항해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