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대체 단백질, 아름다운 가치 소비 아닌 인류 생존 문제

2023-10-10 16:57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 [사진=인테이크]
뉴스를 통해 세계 곳곳의 이상기후에 관한 피해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올여름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하며 ‘장마’가 아닌 ‘우기’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관측됐다.
 
이탈리아에서는 10년 만에 여름철 폭설이 쏟아졌고, 중국에는 74년 만에 강력한 태풍이 덮쳤다. 특히 인도는 극심한 폭우와 가뭄에 노출되는 이상기후로 인해 쌀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자국 내 공급 안정화를 위한 긴급조치로 도정미 수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위기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축산업이 꼽힌다. 실제로 축산물은 사육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발생시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고 육류 생산은 대체육 대비 4배에서 많게는 25배까지 물, 토지, 그리고 에너지 사용이 발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18%가 축산업에서 나오며 고기를 얻기 위해 소비되는 물이 전 세계 물 소비량의 8%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단적으로 소고기 대신 식물성 대체육으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89%, 토지 사용량은 97%를 낮출 수 있다.
 
인구 증가와 1인당 육류 섭취 증가는 식자원 위기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2050년 전 세계 인구는 약 90억명에 도달할 전망이어서 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세계 식량 공급을 6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1인당 육류 섭취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대체 단백질은 단순히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30년 안에 찾아올 식자원의 한계, 그리고 인류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대체 식품 시장은 2018년 기준 96억 달러 규모를 형성했고 그 후 연평균 9.5%씩 성장해 2025년 약 178억 달러, 2029년 약 366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실제 대체 단백 시장의 침투율은 0.4% 수준으로 전기차 보급 당시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기술 고도화를 통해 관능 완성도와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 시점 이후부터는 대체 단백 시장의 잠재 수요가 빠르게 실수요로 전환되면서 산업 성장이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등 이슈로 글로벌 대체 식품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바 있었지만 최근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러한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로 인해 대기업은 물론이고 대체 식품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들 역시 대체 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푸드테크 분야에서 대체 식품 산업의 밸류체인은 원료, 소재, 완제품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 기업 90% 이상이 완제품 영역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소재 연구 기업을 중심으로 완제품 시장이 형성되는 글로벌 시장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자체적으로 소재를 개발해 독립적인 기술력으로 대체 식품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접근은 국내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해 본격적인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유망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수입 소재를 활용해 완제품을 만드는 포뮬레이션 단계의 완제품 개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술 개발에 보다 매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인테이크는 이러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식물성 단백 연구에 머물지 않고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미생물 기반 대체 단백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중으로 미생물 배양 단백(Mycoprotein)을 효모농축단백 소재로 상용화하는 목표뿐만 아니라 바이오테크를 접목한 정밀발효 기술을 바탕으로 헤모글로빈의 주요 성분이자 고기의 향과 색을 구현하는 핵심 향미 물질인 헴(Heme) 단백 소재를 2024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밀발효 기술은 글로벌 대표 푸드테크 기업인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의 헴(Heme) 단백 정밀발효 기술과 달리 외부 유전자 유입이 없어 안전성 면에서 앞선 기술로 평다되며 상용화와 함께 북미·유럽 시장 파이프라인 확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류가 동물성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발전시켜온 축산업은 온실가스, 수자원, 토지자원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상기후 현상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궁극적으로는 의도치 않게 식량 생산에 한계를 발생시키는 악순환 고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대체 단백 기술의 완성도는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향후 3년 내에 미생물 단백 기술과 상호 보완적 발전을 이루면서 동물성 단백 대비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일반 육고기뿐만 아니라 대체란, 대체유, 그리고 수산물 영역으로까지 점차 확대될 것이다. 그 중심에 한국의 기술력도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