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돋보기] 몬스타엑스 형원의 아이러니

2023-11-10 11:32

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그룹 몬스타엑스의 형원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 형원은 극단적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절규를 노래한다.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감정들을 톺아 절규로 쌓아 올리고 예리한 감각으로 세공한다.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아닌 '가장 고통스러운 언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형원의 노래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다. "'디스토피아'를 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쓴다"라는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형원의 디스토피아 역시 암흑 너머의 희망들로 반짝인다.

형원은 아이러니한 아티스트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심연을 들여다보며 가장 깊고 무거운 주제들을 꺼내어 놓는다. 그에게는 자기 자신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만이 가지는 통찰이 있고, 고통을 느껴본 이들만이 가지는 이해가 있다.

이는 형원의 음악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020년 발매한 정규 3집 '페이탈 러브(Fatal Love)'의 수록곡 '노바디 엘스(Nobody Else)'를 시작으로 미니 10집 수록곡인 '머시'(Mercy), 미니 11집 '와일드파이어'(Wildfire) 등에 이르기까지. 그는 고통과 파멸 그리고 감정의 고찰을 담아왔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무너지겠다는 이의 시선과 언어를 통해서다. 때로는 빗속에서, 때로는 불길 속에서 사랑을 부르짖거나 타는 갈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사랑'의 기저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상대를 향한 갈망이 녹아있으나 그 너머에는 상대를 향한 확고한 마음 그리고 희망이 담겨있다.
 
그룹 몬스타엑스의 형원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형원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제게 어떤 어두운 면들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때의 감정을 꺼내 쓸 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참 좋더라. 그 순간을 기억하고 먼저 꺼내 (리스너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시기가 다르더라도 같은 감정을 느낀 이들이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자작곡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여느 창작자들과 같다. 형원 역시 고통과 절망의 순간을 경계하고 그 감정들을 소비하며 도리어 희망을 역설하고자 한다.

형원의 음악이 강한 색채를 띄고 있으나 단조롭지 않게 느껴지는 건 농담(濃淡)을 통한 확장성 때문이다. '머시' '와일드파이어'처럼 아주 짙은 감정부터 '론 레인저(LONE RANGER)', '버닝 업(BURNING UP)과 같은 색의 파편, 시크릿'(Secret), '베베'(BEBE), 그룹 에이비식스의 '컴플리케이티드(Complicated)', 기현의 솔로곡 '웨얼 이즈 디스 러브(Where Is This Love)' 등 시나브로 물든 감정들까지 자유로이 그려낸다.

특히 지난 7월 발매된 셔누X형원의 유닛 데뷔 앨범 '디 언씬(THE UNSEEN)'은 그의 음악 스펙트럼 확장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이 앨범은 전작들과 정서적으로 궤를 함께하고 있지만 풀어내는 방식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타인의 시선 속 존재하는 수많은 '나'를 절규 아닌 절제로 남아냈다. '머시' '와일드 파이어' 등이 드라마틱한 구조와 보컬이 강조되었다면 '디 언씬'의 '러브 미 어 리틀' '롤 위드 미'는 휘몰아치는 감정을 절제하고 묵직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흥미로운 변주다.
그룹 몬스타엑스의 형원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눈에 띄는 건 음악 외 활동에서 보여주는 또다른 성찰이다. 형원의 또다른 아이러니기도 하다. 형원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웹 예능프로그램 '채씨표류기'를 통해서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출연진들과 감정을 공유한다. 재밌는 점은 음악 작업에서 형원의 '성찰'은 견고한 성벽을 짓는 작업이라면, 예능 프로그램 속 그의 '성찰'은 자신이 세운 성벽을 허물고 나아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심연'을 음악으로, 30대를 앞두고 '성찰'한 속내를 예능으로 쓴다. 아들, 형, 동생, 친구로서 자신을 보태거나 덜어냄 없이 진솔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자극적인 콘텐츠의 홍수 속 '채씨표류기'가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근간이다. 

형원은 오는 14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 끊임없이 심연을 들여다보고 고찰하며 자신을 소비해 왔던 창작자인 만큼 이 공백기는 도리어 '충전의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1년 6개월이라는 공백기가 팬들에게는 힘든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을 지낸 뒤 다시 만날 형원을 떠올리면 기대감이 차오른다. 

창작자, 아티스트 형원이 새로이 발견하게 될 심연과 디스토피아 그리고 유토피아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