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자지구, 벌레·설치류 급증 우려…전염병 확산 추세"

2023-11-09 15:55
5세 미만 영유아 설사 발병 사례 폭증
연료 부족에 폐기물 수거 중단…감염 위험 커져

11월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전염병 확산 위험이 커졌다고 8일(현지시간) 경고했다.
 
WHO는 성명을 내고 “적대 행위 심화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인구 과밀, 보건·물·위생 시스템 붕괴로 추가적인 위험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는 바로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일부 우려되는 추세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보건 시스템이 붕괴하고, 깨끗한 물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사람들이 대피소로 몰려들면서 질병이 퍼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인구 밀집 지역은 연료 부족으로 담수화 시설 가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설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WHO에 따르면 10월 중순 이후 3만3551건 이상의 설사 발병 사례가 보고됐으며, 대부분이 5세 미만 어린이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2021년과 2022년에 해당 연령층에서 월평균 2000건의 사례가 보고됐던 점에 비춰 폭증한 것이다.

연료 부족으로 폐기물 수거도 중단됐다. WHO는 이에 대해 “질병을 옮기는 벌레, 설치류의 급속하고 광범위한 확산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시설이 기본적인 감염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 외상, 수술, 출산 등으로 인한 감염 위험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WHO는 “정기적인 예방접종 활동이 중단되고 전염병 치료용 의약품이 부족해 질병 확산이 가속화할 위험이 더욱 커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유엔과 WH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응급 의료용품과 의약품 등 구호 물품이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이 고조된 이후 이 병원에 두 번째로 구호 물품이 전달된 것이다.
 
성명은 “구호물품의 양은 가자지구의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알시파의 의료 상황은 재앙적”이라며 인도주의 기관에 연료를 공급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연료가 없으면 병원과 담수화 시설, 빵집 등의 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할 것이 확실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