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시대, 인재 패러다임을 바꿔라]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 심화..."질 좋은 일자리 없어"
2023-11-15 05:00
일하겠다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칭’(miss matching)’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은 수도권에 비해 양질의 기업이 부족한 지역 중소도시에서 심각한 가운데 지방 소멸 등 인구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니트족' 이어 '프리터족' 증가···"원하는 일자리 없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20·30대 청년층 중 쉬는 인구는 무려 67만6000명에 달했다. 20대와 30대 각각 2만8000명, 3만8000명 증가했다. ‘왜 쉬었는지’를 묻는 통계청 질문에 15~29세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32.5%)가 가장 많았다. 비슷한 사유인 ‘일자리가 없어서’도 7.3%였다.
특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니트족(NEET·일하거나 교육받을 의지가 없는 구직 단념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수료·중퇴 포함)했으나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지난 5월 기준 21만8000명이었다.
청년 니트족 비율은 5월 기준 2018년 24.0%, 2019년 24.7%, 2020년 25.5%로 20%대에 머무르다가 2021년 34.7%로 30%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37.4%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30%대에 정착했다.
사회초년생 나이대인 20대에서 일을 쉬는 ‘니트족’뿐만 아니라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프리터족’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고용률이 높아짐에도 젊은 니트족들이 양산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가 적다는 점이 꼽힌다.
수도권·지역 청년 취업 격차↑···대·중소 임금 양극화
수도권과 지역 청년 사이 ‘취업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구직자를 향한 중소기업의 채용 열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구직자들은 관련 업계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은 취업준비생에게 적절한 임금 및 성장가능성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취업준비생들은 인프라 부족과 낮은 급여수준 등의 원인으로 지역 기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2022년 지역별 청년(15∼29세)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는 지난해 지역별 청년고용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청년 고용률은 급격히 추락했다. 강원은 지난해 상반기 20대 초반 실업률(17.5%)이 전국 평균(8.1%)의 2배를 상회했으며, 울산은 지난해 하반기 20대 초반 실업률(19.4%)이 전국 평균(5.7%)의 약 3.5배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에서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중소기업들의 임금 근로 조건이 좋지 않으니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것이다. 인력이 없으면 생산성 담보가 안 되고 기술 개발도 안 된다. 경영도 계속 안 좋아지는 악순환의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기업 보수 양극화가 미스매칭을 심화시키고 있다.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나 지방 기업들은 대기업들의 반도 안 되는, 젊은이들이 눈높이에서 굉장히 낮은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