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림의 차만세] "싼타페, 쏘렌토 꿇어" 형도 아우도 없는 경쟁…K5도 쏘나타 위협

2023-11-09 06:00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신차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고 완성차업체들의 첨단 기술 개발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차를 만난 세계'(차만세)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뉴스와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동급 차종의 신차를 앞다퉈 내놓으며 치열한 판매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파격'을, 기아는 '안정 속 개선'이라는 전략을 각각 앞세워 각사의 스테디셀러 모델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단, 스포츠유틸리티(SUV) 시장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판매량의 관건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4년 만에 간판 중형 세단인 K5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실내·외 디자인과 첨단 사양이다. 외관은 기아 신차의 패밀리룩에 적용되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됐고 커넥티드 시스템과 대화면 디스플레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세단 순위 엎치락뒤치락…K5, 내년 쏘나타 역전할까 
기아는 K5로 현대차의 쏘나타에 뺏긴 점유율을 탈환할 계획이다. 쏘나타는 K5의 연간 판매량을 매년 넘어서다가 3세대 모델을 출시한 이후 2020년 처음 K5에 밀렸다. 그러다가 1년 만에 쏘나타는 K5를 다시 따라잡았고 지난해에는 K5보다 1만6886대 더 팔았다. 

현대차는 지난 5월 4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를 출시하고 세단 수요 흡수에 공을 들여왔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반의 OTA를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탑재하고 일(一)자형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등으로 변신을 꾀했다. 쏘나타의 올 1~10월 판매량은 2만9261대로 K5(2만7250대)를 앞서고 있다.  
K5 실내 [사진=기아]
 
쏘나타 디 엣지 실내 [사진=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신차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K5가 내년이면 쏘나타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쏘나타의 판매량은 올 5월 2283대에서 6월 4243대로 늘었으나 8월에는 2735대로 줄었다가 지난달 4만836대로 다시 상승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쏘나타의 총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K5의 부분변경 모델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의 주문이 이어지면 남은 연말과 내년부터 판매량이 본격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K5의 실내·외 디자인과 첨단 사양 등이 바뀌면서 사전예약 개시 5일 만에 6000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기아는 K5의 연간 판매 목표치를 최소 3만대 이상으로 잡았다. 
 
여전한 중형 SUV 1위 쏘렌토…싼타페 '하이브리드'로 반격 시동
더 뉴 쏘렌토 [사진=기아]
 
더 뉴 쏘렌토 실내 [사진=기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신형 싼타페, 쏘렌토를 내놓고 중형 SUV 1위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두 차종은 불과 3일 차를 두고 출시됐다. 현대차는 2018년 4세대 출시 이후 5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 디 올 뉴 싼타페를 내놨다. 각진 형상의 외관과 현대차의 엠블럼을 재해석한 H 라이트, 대형 테일게이트를 중심으로 한 실내 공간 등이 맞물리며 올 9월 싼타페는 기존 모델이 기록한 8월 판매량(2348대)보다 75.3% 늘어난 4437대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210% 늘어난 7582대의 판매량을 거뒀다. 

파격 변신을 한 싼타페의 질주에도 쏘렌토는 선전하고 있다. 쏘렌토의 9월 판매량은 신차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으며 지난달에는 95% 증가한 1만299대의 판매량으로 싼타페를 앞질렀다. 올 1~10월 누적 판매량에서도 쏘렌토의 경우 7만9460대로 싼타페(3만4073대)보다 2배 이상 앞섰다.  

쏘렌토의 부분변경 모델은 전면에 시그니처 스타맵 라이팅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점 외에는 디자인이 이전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충성 고객 층이 탄탄한 데다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면서 상승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차]
두 모델의 승부는 하이브리드 판매량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신형 싼타페 출시 3개월 차인 이달부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기아는 2020년 8월 4세대 카니발 이후 3년 만에 카니발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놨다. 전면에 기아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적용됐고 수납공간이 극대화된 점이 특징이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에 적용되던 쇼크업소버를 기본 적용해 승차감을 높였다. 특히 중·대형급 RV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6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도입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간 경쟁 구도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슷한 시기에 동급의 모델을 내놓는 이유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협조적 관계보다 독립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경쟁 구도가 갖춰졌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화될 수 있어 이러한 구도가 지속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더 뉴 카니발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