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그리고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에 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초·재선 및 당내 정치 신인들을 위해 희생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회의를 열고 브리핑하며 이같이 밝혔다. 혁신위는 당초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혁신위는 이날 지도부, 중진, 윤 대통령 측근 의원 등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며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은 위기다. 더 나아가 나라가 위기인데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희생의 틀 아래에서 결단이 요구된다"며 "과거엔 국민이 희생하고 정치하는 분들은 많은 이득을 받았는데 이제는 국민에게 모든 걸 돌려주고 정치인이 결단을 내려서 희생하는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 내용은 혁신위가 공식 의결을 한 건 아니다"며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인 위원장이 먼저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 내부에서는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고 한다. 특히 당내에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의원들이 기득권을 갖고 권한을 행사한다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됐고, 이것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로 이어졌다고 한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 발표 후 당사를 찾아 "종합적으로 제안해오면 당에서 정식적인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아직 뚜렷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셈이다.

김 대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큰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가 아직 중진의원에 대한 기준도 잡지 못한 상태고, 대통령에 가까운 의원들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혁신위가 말하는 희생이 요구되는 중진 의원은 김영선·서병수·정우택·정진석·조경태·주호영 의원(이상 5선), 그리고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권성동·권영세·김학용·윤상현·이명수·홍문표 의원, 박진 장관(이상 4선) 등이 거론된다. 이들 외에도 한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됐던 장제원(3선) 의원 등을 포함할 경우 명단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아울러 혁신위는 국회의원 희생을 키워드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의결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현역 의원들이 포기 서약서를 작성해 당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또 추후 당헌·당규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명문화하고 공직 후보자들과 국회의원의 경우 공천심사 시 포기 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세비 전면 박탈은 '국민의 눈높이'에 따라, 구속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세비 지급을 멈추겠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국회의원이 구속되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세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불출석 시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삭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