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징계권 취소'에 당사자들 '떨떠름'...洪 "과하지욕 수모 잊지 않아"

2023-11-02 11:38
김철근 "징계해제 조치는 사실상 반(反) 혁신조치"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3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일 오전 '징계권 취소'를 의결했지만 대상자로 포함된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 등은 최고위 결정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홍 시장은 이날 최고위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하지욕(跨下之辱)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한철인 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기사 시한부인 줄 모르고 사는게 좋을 수도 있지만" 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당 혁신위 제안에 따라 당원권 정지 징계를 취소하기로 의결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올해 여름 수해기간 동안 골프를 즐긴 사실이 알려지면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에 내년 5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결정에 따라 당원권이 회복됐다.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도 "혁신위의 당원권정지 징계해제 조치는 사실상 반(反) 혁신조치"라며 날을 세웠다. 

김 전 실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혁신위가 본질적인 문제 접근을 막는 반(反)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는 꼴"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강서구청장 대패의 원인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며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수순인데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먼저 꺼내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국정운영기조의 변화 △당정일체의 해체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불가 △대통령실과 결이 다른 지도부 구성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여러차례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김민수 대변인은 방송 나가서 '이준석 제명해야 지지율 3~4% 오른다'고 했는데, 이 판단(징계 철회)대로라면 이상한 사람 아닌가"라며 "김 대변인이 맞으면 저를 제명하면 되는 거고, 김 대변인이 이상한 소리한다면 당장 잘라야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 반 동안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적도 없다"며 "그들이 반성하길 바랐을 뿐이지, 그들이 뭘 하면서 기분을 내든 관계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공개 비난' 등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 징계를 받았다. 김 전 실장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연루 의혹 등으로 2년 징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