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블루오션 중동시장에 '중국 복병'...국내기업들 수주 비상

2023-11-02 05:00
최대 교역국 내세워 기브앤테이크
외신들, 사우디와 계약 가능성 보도
우리 첫 원전수출 UAE에서도 고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발전소 수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후 세계 최대 시장이 될 중동을 중국 등에 뺏길 위기에 놓였다.
 
중국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국가들과 원전 확대 협약을 맺으면서 원전 수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역시 미국과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유럽을 대상으로 한 원전 수출 영업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기업은 물론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국내 원전 기업이 향후 20년을 책임질 대규모 원전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중동 최대 교역국 중 하나임을 내세우면서 이른바 ‘상부상조(相扶相助)’식 영업에 나서고 있어 한국전력공사 등 주요 공기업은 물론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국내 원전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중국 국영원자력공사(CNNC)와 원자력발전소 용량 확대 협약을 추진 중이다.
 
원자력발전소가 단 1기도 없는 사우디는 탄소 감축 목표를 위해 2040년까지 17GW 규모로 원자력 발전 용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도 한전을 주축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우디를 상대로 원전 수출 영업을 펼치고 있으며 윤 대통령도 지난달 중동 국빈 방문 일정에서 사우디 정상들과 원전 수출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사우디가 중국과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는데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이 사우디 석유 최대 수입국임을 강조하면서 원전 영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가 중국과 원자력 용량 확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5월 원자력발전소 운영·유지관리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양국은 최근에 와서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까지 논의하고 있다.
 
UAE는 2030년까지 540억 달러(약 73조2800억원)를 투입해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은 13년 전 UAE 첫 원자력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4기를 수주한 경력을 강조하면서 추가 원전 수주 영업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는 설명한다.
 
문제는 중동 주요 국가들이 중국을 원전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중동 전체에 대한 신규 원전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 원전 수출을 논의 중인 튀르키예, 체코,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도 중국산 원전이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사실상 원자로, 발전터빈 등 주기기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약 2000개 관련 중소기업들은 향후 20년을 책임질 최대 시장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두산은 지난해 9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 신규 건설 수주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협력의향서 체결 등에 이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개선사업 공동 수주 등 성과를 내긴 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사우디, UAE, 튀르키예, 체코, 네덜란드 등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곳에서 한 건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한국 원자력 산업 좌초를 의미한다고 발전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영업 주체인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 영업력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최대 자원 수입국임을 강조하고 북미에서는 기술력과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단순히 기술력 강조 외에 추가적인 영업 활동이 없다는 지적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업고 영업을 하면서도 미국이나 중국보다 영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정부가 원전 영업을 위해 단순히 대통령 순방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수출한 UAE 첫 원자력발전소 바라카 원전. [사진=한국전력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