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요구' 노조 파업에 비노조원만 '쩔쩔'…"연장근무 부담"
2023-11-02 05:00
"제가 속한 노동조합은 지난 10월 27일 사측과 올해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마쳤어요. 노조가 끌어낸 통상임금 인상 수준이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회사 재정적자가 가중되는 상황, 동종 업계 인상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제1노조는 무리한 요구사항을 내걸고 파업하고 있어요. 동료 빈자리를 채우느라 너무 힘이 듭니다."(LG유플러스홈서비스 우리노동조합 조합원 박모씨)
최근 무리한 임금 인상 등을 볼모로 벌이는 파업에 대해 노조 안팎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업에 따른 업무 공백이 비노조원 또는 타 노조원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소속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현재 고객에게 스케줄을 안내하고 장비를 관리하는 내근직 파업을 중심으로 외근직인 홈매니저들이 기습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LG유플러스홈서비스 제1노조로,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 10월 19일 하루 홈매니저를 중심으로 진행한 총파업 이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게릴라 파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홈서비스에서 홈매니저로 일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선 최근 업무 부담이 늘었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홈매니저는 LG유플러스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 가정에 방문해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홈매니저 송모씨는 "동료가 일하기 어렵다고 하면 제가 대신 가야 한다"며 "평소 퇴근 시간이 오후 6시인데 고객 예약이 잡혀 있으면 9시까지 일을 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홈매니저 김모씨도 "서비스 제공이 급한 가정에 파업 때문에 사람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할 수 없지 않으냐"며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없는데' 파업 나선 서사원···"타협해야"
이는 비단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지부도 지난달 30일 파업에 나섰다. 서사원은 서울시가 2019년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립한 산하기관이다. 지부는 서사원이 운영 중인 어린이집 민간 위탁에 반대하고 있다. 서사원 측은 민간 위탁 조치가 서울시 예산 삭감으로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시가 제출한 올해 서사원 출연금 168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해 예산을 확정했다. 서사원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일부를 제외하고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공공돌봄이라는 기관 설립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부 직원들이 파업에 나선 보육교사들 빈자리를 메우고 있어 업무 부담이 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조합 파업권이 존중돼야 하지만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하면 노조와 사측 모두에 손해라고 지적한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업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노동자들이 임금을 못 받고, 회사도 업무 수행이 어렵다"며 "합리적인 선에서 노사가 타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