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무사고 차량' 기준...소비자 혼란만 가중

2023-10-31 10:26
플랫폼마다 해석 '제각각'
무사고 차량의 기준 '천차만별'
국토부, 개선 방안 마련 시급

중고 자동차 매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무사고' 차량의 기준이 각각 달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용접이나 도색 등 수리 이력이 있더라도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주요 골격의 교체가 없으면 무사고 차량으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 늘어나기 전에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중고차 거래앱 '무사고' 관련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8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건 △2021년 1건 △2022년 3건 △2023년 9월까지 3건이다.

아직 수치가 크지는 않지만, 같은 유형의 피해가 매년 누적되고 있음에도 국토부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2021 중고 자동차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0월 최초 등록된 '무사고' 중고 BMW 528차량을 점검한 결과 문제가 발생했다. A씨의 차량은 우측 쿼터패널(리어휀더)에서 판금이 발생했다. A씨는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판매자 측은 "절단 작업된 것이 아니다"라며 배상을 거부했다. 현행법이 무사고 기준을 모호하게 정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다.

각 중고차 플랫폼은 현행법이 정한 '무사고'에 관한 해석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사고' 차량의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의 주요 골격에 손상이 있는 때에만 '사고' 이력으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엔카는 현행법이 규정한 사고 이력이 없는 경우 무사고 차량으로 분류한다. KB차차차는 보험사고 이력을 기준으로 무사고 차량을 결정한다. 케이카의 경우 사고 유형을 무사고와 단순 수리, 사고로 구분하고 있다. 무사고 차량은 외부 패널과 주요 골격의 교환이 없는 경우라고 소개했다. 단순 수리는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는 무사고로 기록되지만, 일부 수리나 교환이 있는 경우다.

법률적으로도 무사고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별지 제82호서식(자동차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따르면 사고이력 인정은 사고로 자동차주요 골격 부위의 판금, 용접 수리와 교환이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 후드, 프론트펜더, 도어, 트렁크리드 등 외판 부위 및 범퍼는 판금이나 용접 및 교환할 경우 '단순 수리'로 중고차 거래에선 무사고 차량으로 소개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무사고' 차량의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0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사고 개념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국토부가 단순 보험 처리와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등 용어를 정리하고 중고차 시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의원의 '무사고 개념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에 개념 정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서에 대해 "자동차관리법령의 자동차 사고 이력과 국민이 생각하는 사고 차량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음에 공감하고 있으며 제도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