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의 개선·현장·고객 제일…세계 1위 도요타 근간 된 창업자 3대 철학

2023-10-30 16:00

토요다 쿠라가이케 기념관 전경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매일매일 일의 개선, 현지현물(직접 가서 보고 만져봐야 답이 나온다는 뜻), 고객 제일 중심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창업주인 토요다 키이치로가 제시한 세 가지 철학은 직기공장 시절부터 글로벌 직원 37만명,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된 지금까지 도요타의 경영 근간이 되고 있다. 창업의 시작부터 경영 방식 전반에는 모두 '사람'이 있다. 키이치로는 미국 뉴욕 유학 시절 차가 다니는 것을 보며 '차가 있는 나라가 이렇게 풍요롭게 살 수 있구나. 나도 일본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회와 사람을 위해 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  
토요다 직기공장 자동차부 직원들이 차를 분해해 분석하는 모습 [사진=권가림 기자]
직기공장 안에 자동차부를 개설하고 15명의 직원을 모았다. 키이치로는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 GM의 쉐보레를 분해해 공부할 수 있게 했고 차 개발 이후에는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끊임없는 개선을 이어왔다. 도요타는 증기자동차 시절 포드, GM과 벌어졌던 30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갔고 키이치로의 꿈인 순수 국산차를 탄생시켰다. 
나무와 철로 만든 토요다 역직기(왼쪽)와 논스톱 셔틀 교체 토요다 자동직기 G 타입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지난 27일 방문한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에서는 도요타자동차의 창업기를 소개하고 있다. 기념관은 1974년 9월 자동차 생산 1000만대를 기념해 개관했다. 

도요타자동차의 시작은 자동직기를 만드는 공장이다. 직기공장 시절부터 키이치로는 '사람이 기업 혁신의 핵심'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는 마법의 직기로 불리는 G형 자동직기를 개발했다. 셔틀로 짜여지던 실 중 한 줄이이라도 끊어지면 기계가 알아서 멈춰 불량품을 만들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는 사람을 기계 지킴이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제조된 것이다. 생산 방식에서도 사람 중심 철학이 녹아있다. 도요타는 사람을 줄여 생산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면서 낭비를 하지 않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키이치로는 효율적으로 근무하며 매일매일 일의 개선을 이루자고도 강조했다. 키이치로는 사장 시절 'Just-In-Time(적시생산방식)'을 제안했다. 창고에 쌓아 놓으면 낭비인 만큼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자고 했다. 이는 도요타의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의 비결이 됐다. 
토요다 키이치로가 도요타 상용 트럭을 구매한 고객에게 두 손을 모아 사과를 하는 모습 [사진=권가림 기자]
#. 도요타 상용 트럭을 구매한 고객이 차가 고장나 키이치로에 화를 내고 있다. 키이치로는 두 손을 모아 사과를 하고 있다. 옆에는 포드 트럭이 주차돼 있다. 포드 트럭에 짐을 옮겨 담아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키이치로가 끌고 왔다. 

#. 차가 고장난 고객에게 키이치로가 옷을 휘날리며 달려가고 있다. 땅바닥에 직접 등을 대고 누워 고객의 차 하부를 점검했다. 키이치로는 크라이슬러를 타고 왔다. 자신이 만든 차를 끌고 오다가 행여 고장이 나면 고객을 더 기다리게 할 수 있어 안전한 수입차를 타고 왔다. 

쿠라가이케 기념관에는 두 가지 내용을 모형으로 형상화한 공간이 마련됐다. 도요타의 고객제일주의 대표 사례다. 아키오 토요다 회장이 이를 직접 직접 설명할 정도로 도요타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장면으로 꼽힌다. 

키이치로는 1935년 차를 만드는 것보다 판매가 더 어렵다며 '고객제일주의'를 선언했다. 키이치로는 차량을 만들 때 기계를 상대하지만 팔 때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객 제일은 간단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며 "본인이 프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인 상사의 능력을 뛰어넘는 프로가 돼야 더 좋은 후배들을 양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키오 회장도 사장 시절 이 같은 철학에 영향을 받아 "상대방과 고객의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도요타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품질력은 과거부터 힘써온 인재 육성에서 기인한다. 키이치로는 직원들의 편안한 생활을 돕기 위해 토요타 공장 인근에 백화점과 기숙사, 세탁소, 병원, 학교을 설립했다. 내부에는 중학교도 설립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도요타 자동차 학교로 운영되며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도요타 최초 양산차 AA형 승용차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최초 양산차는 AA형 승용차다. 가격은 3350엔으로 GM의 3600엔 차량보다 300엔가량 저렴했다. 대중화를 위해 키이치로가 비용 절감을 한 노력 덕분이다. 이후 1955년 토요타 크라운이 출시되며 회사의 인기는 올라갔다. 방향지시등과 곡선 디자인의 글라스, 비행기 엔진 모양의 그릴 디자인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방직회사에서 출발한 만큼 시트 기술력도 한몫했다. 
토요펫 크라운 모델 RS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도요타는 또 한번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미래 기술 실증 시설인 '우븐 시티(Woven City)' 건설이라는 도전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봇, 이동성(모빌리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서비스를 일상에 적용해보는 공간으로 2000여명이 실제 거주하게 된다.

지난해 도요타의 전체 판매량(1050만대) 중 친환경차는 270만대로 30%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하이브리드로 전 세계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선도한 도요타는 이제 전기차 시대 장악을 위한 시동도 걸고 있다. 도요타는 전고체배터리 보유 특허만 1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아키오 회장은 "자동차 업계에 100년에 한번 있을 만한 개혁이 생기고 있다"며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라고 말했다. '사람이 진보하지 않으면 기계의 진보는 없다'는 창업자의 철학 아래 전동화·지능화된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토요다 키이치로 [사진=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