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K-브랜드 짝퉁 판친다... 막을 방법 없나

2023-10-26 16:05

K-푸드 제품을 모방한 가공식품들. [사진=한국식품산업협회]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올해도 한류 열풍을 타고 K-브랜드들은 승승장구 중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K-브랜드들의 글로벌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칠수록 부작용도 크다 .가장 큰 문제는 K-브랜드를 모방한 짝퉁이 전 세계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짝퉁 K-브랜드는 인터넷 발달로 온라인 쇼핑채널을 통해 국경도 넘나들며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 국내 브랜드를 위조한 상품은 이제 중국을 넘어서 일본, 동남아, 미국 등에서도 판을 친다. 

한국 브랜드를 베끼는 외국 기업들의 행태는 점점 더 진화해 미투 제품을 넘어서 아예 대놓고 베끼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라면의 종주국인 일본마저 ‘K-푸드 따라하기’에 가세했다. 실제 일본의 라면 선두기업인 닛신식품은 지난 4월 '야키소바 U.F.O 볶음면 한국풍 진한 달콤살콤 까르보'를 출시했다. 제품 포장 전면에 '볶음면'이라고 적혀 있어 얼핏 보면 'K-라면'이란 인상을 준다. 또 삼양라면의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패키지 콘셉트가 유사해 더욱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특히 패키지 색깔은 분홍색, 글씨는 빨간색으로 두 제품이 같았다. 

한 중국 업체는 한글로 '사나이'라고 적힌 브랜드를 만들어 불닭볶음면, 하얀 설탕, 쇠고기 다시다 등을 베껴 시중에 유통했다. 

단순히 유명세로 치부하기에는 그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품(상표권 침해 제품)을 단속해 압수한 물품은 37만5583점에 이른다. 2019년 626만9797점에 달했으나 2020년(72만471점), 2021년(7만8061점) 줄어드는 듯하다가 작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피해 금액(정품가액 기준) 역시 지난해 425억원에 이른다. 하루 가품이 1억원꼴로 팔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2020년(159억원) 대비 3배에 달한다. 현재 특허청이 파악한 피해액은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해외에서 판매되는 짝퉁 제품 수나 그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팔리는 위조품에 대한 피해액은 집계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례로 K-푸드 수출액은 2020년 98억6880만 달러, 2021년 113억7370만 달러, 지난해 119억6230만 달러로 해마다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짝퉁 식품도 확산세에 있지만, 현재 K-푸드 짝퉁과 관련한 통계는 없다. 

피해 기업들도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2021년 12월에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 식품 기업 4곳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현지에서 저작권과 상표권 침해 소송을 벌였다. 그 결과 대부분 승소했다. 한국 기업이 공동으로 침해 소송을 진행한 것은 해당 사례가 처음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즉각 항소해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K-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품질이 떨어지는 위조품 때문에 K-브랜드의 위상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짝퉁을 막을 수 있는 정부의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기업들의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K-브랜드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대한민국 국력도 함께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도 기업들과 함께 '짝퉁 퇴치'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