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막아라"··· 1억 계약축하금 등 '고육책'에 기존 입주민과 갈등도

2023-10-25 17:44

대구 동구 한 아파트 공사장 풍경 [사진=박새롬 기자]

건설업계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계약자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제공하는 등 미분양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미분양 우려가 높은 지방 아파트 뿐 아니라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신규 계약자들에게 축하금 명목으로 1억원까지 지급하는 사례가 나온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조금씩 줄고 있으나, 금리 불안과 가계부채 축소 기조 등 변수로 분양경기 회복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2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초구 방배동에 분양 중인 하이엔드 오피스텔 '인시그니아 반포'는 잔여호실 계약자에게 1억원 안팎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전용 59㎡타입의 경우 축하금 8000만원과 이자 지원 1500만원, 전용 84㎡타입 계약자에게는 축하금 1억원과 이자지원 2500만원이 지급된다. 

동양산업개발이 지난달부터 분양 중인 강서구 'DH647 더마곡테라스'도 계약 시 축하금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는 타입별로 차이가 있으나 주로 12억~13억원대인데 축하금도 유연하게 더 제공해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건설이 광주 북구 첨단3지구에 1845가구 분양하는 '첨단 제일풍경채'는 건설사 최초로 계약자를 대상으로 출산축하금을 주고 있다. 아파트를 계약한 고객이 입주 전까지 출산을 하면 출산자녀 당 10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지원하며, 쌍둥이의 경우 자녀 당 100만원씩 총 200만원의 출산축하금을 지원한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A2블록은 평균 5.39대 1, A5블록은 5.89대 1 경쟁률을 기록해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작년 7월 청약을 시작해 1년 넘게 미분양을 털지 못한 대구 남구 대명동의 '힐스테이트 대명센트럴 2차'는 분양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계약자에게 축하금 약 2000만원과 중도금 4~6회차 무이자 대출을 지원한다'고 영업하고 있다. 동문건설의 강원 원주 동문디이스트는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계약금 5%에 대한 이자 지원, 중도금 전액 무이자와 함께  계약 축하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자금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준공후까지 해소하지 못해 '악성미분양' 단지로 낙인 찍히면 아무리 할인분양을 해도 분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입지와 가격에 따라 분양 온도차가 커 초반부터 프로모션을 통해서 어떻게든 미분양 털어내는 게 낫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8월 말 기준 총 6만1811가구로,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도권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올해 1월 1만2257가구에서 8월 7676가구로 37.3% 급감했다. 그러나 아직 분양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월보다 6.4포인트 떨어진 83.8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하락했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주택공급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미분양 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나,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 등으로 분양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도 "정책에 기반한 유동성 공급의 지속 여부, 금리 방향성 등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분양 감소만으로 분양경기가 개선세로 돌아섰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중장기 매출 등을 감안할 때 건설사들이 분양물량 축소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려울 텐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가계부채 축소 기조로 전환될 경우 미분양은 재차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할인분양을 추진하다가 기존 입주민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최근 전남 광양의 한 단지는 열 달 넘게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해 기존 분양가의 20%에 달하는 7000만원 이상 할인분양을 진행하자 기존 입주민들이 할인분양 세대에 대해 주차요금 50배 적용,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 등의 공고를 붙이는 등 새 입주자와 마찰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도 분양가 대비 10% 가까운 할인분양 카드를 꺼낸 후 기존 입주자들이 반발하자 기분양자에게도 같은 혜택을 적용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초구 방배동에 분양 중인 하이엔드 오피스텔 '인시그니아 반포' 조감도 [사진=인시그니아 반포 분양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