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5대 궁궐 트레킹] 월대부터 경회루까지..."경복궁 곳곳에서 조상들의 정기가 느껴져요"
2023-10-21 19:41
본지가 21일 개최한 '청와대·서울 5대 궁궐 트레킹' 행사의 첫 번째 코스인 경복궁에 들어선 정모(43)씨는 광화문 월대를 거치며 이같이 말했다. 월대는 궁궐 정전과 같이 중요 건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터보다 높게 설치한 기단으로 과거 국가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왕과 백성이 소통하는 장소로 쓰였다.
지난 15일, 일제강점기 당시 훼손됐던 광화문 월대가 100여 년 만에 온전하게 복원됐다. 월대와 함께 공개된 새 현판 앞에도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광화문 월대를 지나 경복궁에 들어선 참가자들은 같이 온 일행끼리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경복궁 사정전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내부를 둘러보고, 그 앞에서 단체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경복궁 사정전은 왕이 정사를 논하고 문신들과 경론을 해설하고 토론하던 곳이다. 조선의 왕이 나랏 일을 위해 고민하고, 머물던 공간이라는 설명에 참가자들의 얼굴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트레킹을 통해 경복궁의 탄생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강신일(71)씨는 “7~8년 전 경복궁을 마지막으로 보고, 오늘 오랜만에 보는데 월대를 비롯해서 많은 곳들이 바뀌어서 새로웠다”며 “이번 기회에 경복궁이 어떻게 중건됐고, 지금까지 흘러왔는지 역사를 다시 한번 공부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조선말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경복궁에 들른 그는 “한국 사람들이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외국 문화만 주로 접하는 것 같은데 한국 5대 궁궐들을 둘러보며 국내에도 아름다운 문화재가 있다는 걸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회루에서 만난 최규선(45)씨는 “평소 주로 하던 걷기 운동은 앞만 보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에 바쁘다 보니, 주변을 둘러보기 어려웠다. 이번 트레킹은 근정전이나 건청궁 등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두 아이에게도 궁궐과 관련한 설화나 역사를 설명해 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경회루에서 참가자들은 자주 발걸음을 멈췄다. 시민들은 하나둘 연못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도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경복궁의 정취에 놀라워했다. 두 달 전 한국으로 유학을 온 진이결(19)씨는 “중국인 유학생 등산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친구들끼리 산은 자주 갔었는데, 궁궐은 처음 와 본다”며 “경복궁은 아름답고, 참 성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타니(25)씨는 “한국인 남자친구가 광화문부터 경복궁 안의 경회루, 향원정을 지나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며 “특히 향원정 근처에 단풍과 은행나무가 가득해 가을 분위기를 한층 더 더해주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 향원정 일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했다.
서울 5대 궁궐의 매력뿐 아니라 가족 간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행사를 참여한 시민들도 많았다.
강대순(50)씨는 “최근까지 코로나19로 가족들끼리 여행을 다니기 쉽지 않았다”며 ”두 아이들이 이번주에 중간고사가 끝나 환기도 시킬 겸 가족들끼리 트레킹을 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평소 궁궐을 자세히 구경한 적은 없어서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더군다나 아이들하고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