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 밝혀…처리방안 마련 예정"

2023-10-18 17:00
열약한 재무건전성 발목 관측
매각가 외 추가 자금 투입 불가피

[사진=KDB생명 사옥 전경]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보험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하나금융지주와의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18일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보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향후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고, 하나금융은 이후 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는 당 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보험권 일각에선 최종 논의의 불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 KDB생명 재무건전성이 떨어져 인수 뒤에도 인수자금 외에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투자의향서를 논바인딩(Non-binding·비구속적) 형태로 제출해 구속력을 두지 않은 점도 관련 관측에 힘을 보탰다.
 
실제 올해 도입된 재무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의 KDB생명 수치는 지난 6월 말 기준 67.5%였으며 경과조치 적용 수치도 140.7%에 불과했다. 당국에선 해당 건전성 수치를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비율이 높을수록 양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KDB생명 예상 매각가를 2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 투입 자금까지 더해 합이 1조3000억원을 상회하면 하나금융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3월 말 이중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은 123.2%와 38.2%로 동월 말 은행금융지주 평균 109.9%와 29.3%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당국 권고 수준인 이중레버리지비율 130%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 자금과 추가 투입 자금 합계가 1조2790억원 이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에 대한 자회사 출자총액의 비율로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3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사모펀드를 설립해 KDB생명을 인수했다. 산은은 2020년 6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1년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