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모아타운, 강남3구선 쉽지 않네…사업 멈추거나 주민반대로 '삐걱'

2023-10-23 18:02
주민동의율 기준 충족해도 시구에서 반대…선정된 후에도 소유주 반대로 좌초 위기

강남구 삼성동 모아타운 추진 사업지 일대 골목 풍경 [사진=박새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모아타운 사업이 강남3구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아타운 추진을 위해 동의율을 채우고도 자치구 문턱을 넘지 못해 지지부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소유주 간 갈등이 격화돼 사업이 무산되거나 이미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곳도 주민 반대를 겪는 등 극심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모아타운 추진 지지부진…수시신청 전환 후 강남은 1곳뿐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2월 수시공모 전환 이후 강남구에 접수된 모아타운 추진 사업지 3곳(삼성동 26·개포동 1201·역삼동 774 일대)은 모두 연내 서울시 모아타운 사업지 선정이 요원할 전망이다. 삼성동 모아타운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5월 강남구청에 모아타운 공모를 신청했으나 현재까지 구청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6월과 8월 각각 공모 신청한 개포동과 역삼2동도 마찬가지다.
 
삼성동 모아타운 추진위 관계자는 "삼성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강남 다른 지역과 달리 투기 수요가 유입되기 어렵고 동의율도 55~60%로 기준(30% 이상)을 충분히 넘겼는데 후속 절차가 몇 달째 멈춰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는 구 예산 확보 어려움 등으로 연내 모아타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현재 구 예산이 부족해 공모접수를 받은 모아타운 사업들 모두 올해 안에 시에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모아주택 2.0'을 발표하며 기존 연 1~2회 정해진 기간에 공모를 진행해 대상지를 선정하던 방식에서 공모기준을 충족하면 언제든 수시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삼성동 모아타운 추진위 관계자는 "구청에서는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미루는데, 다른 자치구와 비교할 때 서울시와 구에서 강남구 모아타운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후보지 선정돼도 주민반대로 난항…서울시 "갈등 심한 지역, 모아타운서 제외"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쳐 좌초 위기를 겪는 곳도 있다. 일원동 대청마을 모아타운은 지난해 10월 선정된 이후 아직까지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되더라도 관리계획 수립 이후 과반수가 반대하면 모아타운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일원동 모아타운 후보지의 한 주민은 "(모아타운을 통한 개발 시) 일조권이 제한되고 기존 도로를 그대로 둬야 해 결국 골목을 낀 소규모의 저층, 나 홀로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게다가 개발하는 수 년 동안 임대수입이 사라지고, 낮은 비례율과 과도한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걱정스럽다"고 반대 이유를 전했다.
 
부동산 1번지인 강남 3구에서 모아타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많다. 강남 3구에서 가장 먼저 모아타운 사업에 도전한 서초구 반포1동은 지난해 사업 추진을 시작한 이후 한 달 만에 동의율 30%를 달성했지만 주민들 간 분쟁이 많다는 이유로 서울시 후보지 선정에서 탈락하며 사업이 좌초됐다.
 
지난해 여름부터 사업을 추진한 송파구 삼전동 상단 모아타운도 임대료 수익 등 상가 소유주를 중심으로 한 주민이 극심하게 반대해 현재 사업이 무산된 상태다. 이곳과 분리해 사업을 추진 중인 삼전동 하단 정재윤 모아타운추진위원장은 "주로 대규모 단독주택이나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소유주들이 더 큰 보상을 바라면서 반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전동 하단 모아타운은 선정 후 좌초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구청공모가 아닌 주민제안 방식으로 모아타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치구 공모방식과 달리 주민 동의율 66.7%를 채워야 하는 만큼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곳은 작년 여름부터 동의서 접수를 시작했으나 아직 30%를 넘긴 상태다. 모아타운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반대 동의율이 50%가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강남 3구는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되기 힘들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모아타운 사업이 처음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강남에서 선정된 곳은 일원동 대청마을뿐이다. 수시공모 방식으로 바뀐 지난 2월 이후 도봉·관악·동작구 등 10곳이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됐으나 강남은 한 곳도 없다. 이에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강남 지역만 모아타운 사업에서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울시 측은 이에 대해 "모아타운 선정에 있어 지역에 따라 차별적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며 "강남이든 어디든 주민 반대나 갈등이 많거나 투기 우려가 있다면 아예 선정을 하지 않겠다는 게 서울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모아타운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선정된 모아타운 후보지는 총 75개소로 이 중 10곳이 모아타운 사업지로 지정된 상태다. 시는 2025년까지 총 100곳을 모아타운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정된 곳은 10곳에 불과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만간 주민 동의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확정해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삼성동 모아타운 추진 사업지 내에 대형 건설사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박새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