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F-21 분담금 '9900여억원' 미납…방사청 "연내 합의서 개정할 것"

2023-10-16 16:43
한기호 "KF-21 사업에 대한 '플랜B' 생각해야"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인도네시아명 IF-X)의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개발 분담금 9900여억원을 미납 중인 가운데,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내 관련 합의서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인니 측의 KF-21 사업 분담금 미납 문제와 관련해 '근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달 초 (인니 측에) 10월 말까지 2023~2025년 3년 동안 (분담금 납입)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올해 4분기까지 KF-21 사업에 대한 인니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접수해 진행현황과 추진계획을 국회에 보고하고, 비용 및 업무분담 관련 합의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KF-21 공동개발 사업은 2014년 체결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우리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각각 개발비의 60%와 20%를, 나머지 20%를 인니 측이 부담하는 구조다. 

인니는 2016년 1월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7000억원(이후 약 1조6000억원으로 감액)을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전투기 48대를 인니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인니는 지금까지 1조1000억원 이상을 지급했어야 하지만, 현재 2783억원만 납부한 채 약 9000억원 이상을 연체 중이다.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이미 KF-21 사업 분담금은 내지 않으면서 올해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입하기로 했고, 미국산 F-15EX 전투기 24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는 점에서 공동개발에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도 인니의 현 국방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임을 들어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KF-21 사업에 대한) '플랜B'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폴란드·아랍에미리트(UAE) 등이 KF-21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단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이미 인도네시아가 '파트너'로 정해져 있음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계약 해지 시 우리 측의 실익이 많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인니와의 KF-21 계약 해지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니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간다'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