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촉법 일몰에···금융당국 "이달 全금융권 참여 자율협약 확대키로"

2023-10-15 17:00
한시법 연장 실패·국회 정무위 계류···김주현 "안타깝다"
"자율협약에 적극 참여해달라···필요사항 즉각 조치할 것"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효력을 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은행권에서 전(全) 금융권으로 자율 운영협약을 확대 운용하기로 했다. 기촉법은 경영 상황이 악화된 기업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금융권의 약속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촉법 일몰에 금융위 "자율협약으로 신속 대응"
금융위원회는 15일 일몰된 기촉법에 대응해 금융권 협의를 거쳐 마련한 '채권금융기관 구조조정 협약(안)'을 이달 중 발효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행 '채권은행 운영협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채권은행 공동관리 절차를 통한 정상화를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들이 더욱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경영 정상화 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기촉법을 재입법할 것"이라면서 "사무처장 주재로 기업 구조조정과 입법 상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 제도 시행을 위해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이후 실효와 재제정을 거쳐 6차례 운영된 이후 이달 일몰을 맞았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 75% 이상이 동의하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채무 유예·탕감, 추가 자금 투입 등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부실 징후기업(C·D등급)을 회생시킨다. 기촉법은 현재 연장안이 발의돼 있으나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기촉법이 효력을 잃으면서 16일부턴 부실 기업 워크아웃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법원 주도 기업회생(법정관리)만 가능해진다. 다만 법정관리는 모든 채권자를 참여시키고 법적 요건도 까다로워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신용거래 중단 등 낙인 효과도 상당해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되곤 했다.

이에 금융위는 빠르게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입법 추진 과정에서 신속한 구조조정 지원도 필요한 만큼 이달 중으로 금융권 자율협약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권 역시 논의 확장을 위해 은행연합회 주관 아래 회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에 이어 모든 금융권으로 구조조정 자율협약을 확대해 체결할 예정"이라면서 "구체적인 규모나 방식 등에선 금융권이 아직 조율 중이다. (자율협약에 따라) 기업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빠르게 기촉법을 재입법해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 한계 명확"···구조조정 실효성 논란 계속
이런 자율협약은 실제 부실 우려 기업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촉법 재입법까지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큰 회사를 말한다. 즉,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이 5곳 중 1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융권 자율협약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현재 맺은 은행권 자율협약 역시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자율협약은 말 그대로 각기 다른 업체와 채권금융기관이 그때그때 협의·심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진다. 특히 채권금융기관으로서는 건전성 관리 등을 고려할 때 부실 채권을 계속 유지해야 할 유인도 작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몰이 되더라도 (금융권은) 금융당국 기조에 따라 협의를 지속하겠지만 기촉법이 아닌 자율로는 기존보다 지원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면서 "솔직한 심정으로 부실 채권을 빨리 털어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어떤 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워크아웃 지원에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한시법 형태로 재연장을 반복하고 있는 기촉법에 대해서도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기촉법 상시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정관리로 구조조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예컨대 법원행정처는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 등 위헌적 요소를 지적해왔다. 구조조정 절차에서 금융 채권자 권한이 우선돼 채무기업이 사실상 배제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