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제도 개편안] "내신 변별력 약화...대학별고사 등 입시 부담 커질 수도"

2023-10-10 16:30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 수능'을 강조한 정부가 10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에 대해 교육계는 "진정한 문·이과 통합수능이 실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5등급제로 인해 내신 변별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대학에서 등급 대신 원점수를 반영하거나 대학별고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는 11월 16일 치러지는 2024학년도 수능으로 '문·이과 통합수능'은 올해로 3년차가 된다. 2022학년도부터 시행된 통합 수능은 "껍데기만 통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공계 대학이나 의과 대학 등에서 '이과 수학'인 미적분을 선택하지 않으면 대학에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번 개편 시안을 두고 문·이과 통합 수능의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에서 문·이과가 똑같은 시험지로 보는 것이니, 진정한 문·이과 통합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과 내신에서 정량적 평가를 유지하면서 공정성과 안정성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신 등급이 9등급 체제에서 5등급으로 바뀌면서, 고1~3학년이 모두 학교 교육에 충실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변별력 저하로 학생 선발 어려워져...'고교학점제' 취지 무색

개편안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학 입장에서 선발이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행 석차 9등급제 대비 내신 변별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편되는 내신 석차등급은 1등급이 기존 4%에서 10%로 확대되고, 표준편차가 제공되지 않아 1등급 구간 내 동점자를 내신성적만으로 변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학으로서는 5등급제로 인해 내신 변별력이 약화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등급 대신 원점수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어 점수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수시 전형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임 대표는 "수시 전형에서 현 방식으로 (학생) 선발은 어렵다"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대폭 강화하거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입시전략연구소 소장도 "수시에서 내신만으로 학생을 뽑을 수 없게 되니, 변별력을 확보할 평가가 추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표=교육부]
특히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각자 적성과 대입 진로 방향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 따라 내신 따기 좋은 과목이나 수능과 직접적인 연계 과목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 대표는 "내신 1등급 인원이 4%에서 10%로 2배 넘게 늘어났고, 2등급도 3배 증가했다"며 "수험생 입장에서 내신 1등급을 확보하고도 현재보다 상위권 대학 합격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내신 피로도·의대 쏠림 심화될 듯..."정규분포 구조 없애야"

일각에선 이번 개편에 따라 오히려 학생들의 내신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남 소장은 "내신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정부 취지는 극상위권 학생들에겐 (이번 개편 시안이) 적합하지만 2등급을 받는 아이들은 현재보다 등급을 못 받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서 내신 상대평가의 전 과목 확대는 단 한 과목에서도 실패가 용인되지 않도록 긴장시켜 치열한 내신 경쟁이 격화되고, 내신 사교육 기간을 고교 전 학년으로 연장시켜 사교육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수학영역을 공통과목 체제로 바꾸기로 함에 따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적분Ⅱ와 기하 등 의대 지망 학생에게 요구되던 교과목이 공통 출제범위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사회와 과학을 공통으로 응시해야 하는 점 때문에 탐구영역에서 수험생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학과 교수는 "개선이 된 게 없고 개악이라고 본다"며 "입시 부담은 더욱 커지고, 학교별 고사도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면서 "수시에서 교과전형은 거의 무력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교육부가 '심화수학'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게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현행 입시 제도에서 정규 분포 구조를 없애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 소장은 "학생들 성적을 줄 때 정규 분포 비율을 그리지 말고, 1등급 10%, 2등급 10% 등으로 가야 한다"면서 "1등급을 받아도 1등을 했는지, 3·4등을 했는지 모르게 되니 1등급이 아닌 등급을 받게 되면 학생 입장에서 (대입)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