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터뷰] "'바텀업 전략'으로 성장주 조기발굴, 오너십 경영이 공통점"
2023-09-26 17:51
데이비드 헨더슨 베일리기포드 아시아 총괄 겸 홍콩 CEO 인터뷰
영국계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에서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헨더슨 홍콩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너 일가들이 전문 경영진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경영한다"며 "베일리기포드가 성장주를 조기 발굴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베일리기포드는 1908년도에 설립, 115년 전통을 지닌 영국 자산운용사로 자금 운용 규모 2928억달러(386조원)에 이른다. 베일리기포드는 성장주를 조기에 발굴해 기본 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투자 전략 명가로 유명하다.
'테슬라 2대주주'로도 잘 알려진 베일리기포드는 해당 종목에 11년 넘게 장기 투자해 8000%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엔비디아도 7년 이상 투자해 2800% 이상의 수익을 냈다.
헨더슨 CEO는 "섹터, 유망 산업을 찾는 대신 개별 기업의 펀더먼털에 집중하는 '바텀업' 방식이 베일리기포드의 오랜 투자 전략"이라며 "'5년 안에 매출이 2배 증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성장성, 실행 능력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놓고 정성적인 접근을 통해 투자 종목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일리기포드는 핀둬둬(중국 전자상거래)·모더나·아마존 등 나라와 업종을 불문하고 글로벌 성장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헨더슨 CEO는 "개별 기업의 펀더먼털 만큼이나 더 중요한 것은 오너 경영 여부"라며 "투자한 회사들의 경영진들을 분석해보면 창립자 또는 창립 가문이 여러 세대를 거쳐 경영중인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르메스의 경우 비치백을 낮은 가격에 출시한 적이 있었는데 시장에서는 불티나게 팔렸지만 이내 중단했다"며 "고가 제품으로 포지셔닝돼 있어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을 오너 가문이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재투자율과 성장성도 중요하다"며 "회사가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장성에도 좋다. 자본지출, R&D 등 자체적으로 재투자를 하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했다.
베일리기포드는 학계와의 협업 연구를 통해 기업 분석을 세밀히 분석하는 만큼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헨더슨 CEO는 "운용역의 성과 평가도 5년 단위로 하고 있는 만큼, 기관 투자자에도 최소 5년 이상 투자를 해야 한다고 권한다"면서 "공모펀드 투자자에도 동일하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종목에 투자를 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간접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1990년~2018년도까지 전체 상장 주식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60.9% 기업은 미국채 수익률보다 낮았고, 37.8%는 안전자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그쳤다"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기업은 1.3%뿐이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소수 기업만이 부를 창출한다"며 "기업을 잘 찾아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이 같은 전략에 고금리 장기화와 같은 외부 상황에도 투자한 기업들의 펀더멘털도 견고하다는 평가다.
헨더슨 CEO는 "기본적으로 5~10년 이상 투자하기 때문에 이같은 매크로 영향은 희석된다"면서 "오히려 그 기업 자체가 매크로 환경과 관계 없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더나의 경우 mRNA 기술을 활용한 암 치료제의 경우 매크로 상황으로 이자율이 올라간다고 비즈니스가 바뀌지는 않는다"면서 "기업이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보지만 기업의 성장성과는 다른 문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