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국군의날 시가행진…한미軍 광화문 함께 걸었다

2023-09-27 00:01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한국형 3축 체계 핵심 장비도 공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군 장병들과 장비들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시가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가 추적추적 내린 26일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군악대의 웅장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검게 그을린 수천명의 장병들은 늠름하게 도로 위를 행진했다. 흔들림 없는 장병들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궤도바퀴를 굴리는 자주포와 전차, 장갑차들의 굉음이 도시를 가득 메웠다. 40여 종의 최첨단 군용장비들이 늘어선 거리는 그야말로 거대한 방산 전시장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은 현장을 찾아 군인들을 향해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 숭례문과 광화문 일대에는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마치고 올라온 장병과 무기가 시가행진을 벌였다. 시가행진 구간인 세종대로 일대는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양방향 통제됐다.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계기로 도심에서 시가행진이 펼쳐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국군의날 시가행진은 1998년부터 5년마다 열리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70주년 기념식에서 취소된 바 있다. 국군의날은 매년 10월 1일이다. 올해는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 중 국군의날이 끼여 있어 행사를 앞당겨 진행했다.
 
국방부는 10년 만에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동원된 군 장비도 2013년 105대에서 올해 170여 대로 크게 늘었다. 첨단 무기들 뒤로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병력 4000여 명이 따랐다.
 
특히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미 8군 전투부대원 등 300여 명이 한국군과 함께 시가행진에 나서 이목이 집중됐다. 주한미군 전투부대원들이 우리 군과 함께 국군의날 행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방산의 주역인 국산 K9 자주포, 세계 최정상급 K2 흑표전차도 등장하며 위용을 뽐냈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장비들도 선보였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전 공격 체계인 킬체인(Kill Chain)과 미사일 탐지·요격 다층방어체계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사용 시 압도적으로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
 
KMPR의 핵심 무기로 꼽히는 고위력 미사일인 국산 현무가 대중 앞에 첫선을 보였다. 현무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데 최적의 무기로 꼽힌다. 현무와 함께 일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에도 관심이 쏠렸다. L-SAM은 최대 50~60㎞ 고도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한국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불린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급감과 미래전 양상에 대비하는 무인기와 무인 함정 등 무인 무기도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북한판 리퍼’와 비슷한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와 차기 군단급 무인기도 공개됐다. 최근 양산이 결정된 MUAV는 최대 100㎞ 떨어진 표적을 감시할 수 있다. 추후 대전차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다연장로켓 천무, 상륙돌격장갑차(KAAV), 장거리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TAURUS) 등 전력들도 총출동했다. 아울러 제9공수특전여단 및 육·해·공군 해병대 장병 750여 명은 국민사열대, 세종대로 사거리 등에서 특전사가 독자적으로 창안한 실전형 전투품새 등 태권도 시범을 펼쳤다.
 
한편 시가행진에 참가 예정이었던 전투기, 헬기 등 공중전력은 현장 기상 상황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당초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스텔스 전투기 F-35A,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을 비롯해 미군 전력인 F-16, F-35B가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취소됐다. 아파치와 시누크, 블랙호크, 수리온, 링스 헬기 등도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