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점상 쿠시먼코리아 대표 "부동산 투자자문 수요 증가...저출산, 비대면, ESG 등 시대적 변화는 기회"

2023-09-25 07:00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금리가 하향으로 움직이는 시점에 상업용 부동산 투자기회가 늘어난다"면서 "한국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많은 문화적 요소와 현대성을 조화롭게 공존시킨다면 서울은 무한히 성장 가능한 도시"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출산과 비대면 근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시대적 흐름은 오피스, 물류, 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거대한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전통 문화와 최첨단 인프라가 공존하는 서울은 발전 가능성은 물론 부동산 자산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높은 도시다. 오는 2024년부터 시장금리가 하향기조를 유지하면 다양한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이하 쿠시먼코리아)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1000억원대 미만 개인 자산가들과 부동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한 중소 제조업체의 부동산 투자자문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부동산은 시장이 보는 가격과 개인이 부여하는 가치, 글로벌 경제 환경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시장을 이기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쿠시먼코리아는 글로벌 60개국, 400개 이상의 지역에서 5만2000명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다. 부동산 매입·매각 자문, 임대차, 자산관리, 가치평가, 공간설계, 투자자문 등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0년 진출해 현재 18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황 대표는 쿠시먼코리아 창립 멤버로 합류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약 14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고 있다.
 
쿠시먼코리아의 강점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상권분석, MD(상품기획)를 통해 공간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적재적소에 위치한 건물 콘텐츠는 의뢰인이 임대인이라면 건물의 가치를, 임차인이라면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의 생산성을 높인다. 이는 도시의 활력이라는 선순환으로 연결된다. 대표 프로젝트는 서울 이태원 몬드라인 호텔의 MD컨설팅, 롯데백화점 본점 리뉴얼 컨설팅, 서초동 롯데칠성부지 복합개발컨설팅, 엘이웨이 광교 등의 리테일 임대자문 등이다.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의 한국 1호점을 성수동에 론칭해 성공시킨 것도 이 회사다.
 
황 대표는 "블루보틀의 창업 스토리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마케팅에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루보틀은 커피의 생산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는 로스트리 및 소매 판매에 정체성이 있는 브랜드"라며 "성수동은 도시의 재생 이미지를 잘 간직하고 있고, 마침 중소형 공장들이 커피숍으로 변모하는 변화과정을 거치고 있었기에 블루보틀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매장의 위치와 형태, 물건판매 스타일 등 가이드라인이 엄격해 컨설팅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 그러나 쿠시먼코리아는 철저한 현지화로 블루보틀의 성공적 안착과 함께 성수동의 부활을 이끌었다.
 
최근 리테일 시장은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실률이 늘었고,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명동, 압구정, 홍대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소비 이상의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오감형 매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SNS·GPS 기술 등의 발달로 찾아서 소비하는 문화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입지가 좋은 부동산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황 대표는 "IT기술의 발달로 상권은 획일화보다는 차별성, 편리성보다는 독특함에 대한 중요도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며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동네의 이미지가 부합하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곳이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유행처럼 타올랐다 쇠퇴하고 있는 상권들의 공통점은 스토리텔링은 있지만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상권의 활성화는 얼마나 멀리서, 얼마나 자주 고객들을 품을 수 있느냐는 총량적인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또 "화제성, 다양성과 더불어 교통접근성, 주차의 편리성, 확장의 용이성, 쾌적성 등이 갖춰진 곳일수록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뜨는 한남, 성수, 신당 등 대부분의 신흥 상권이 소비력이 탄탄한 배후 상권, 혹은 유동객이 많은 기존 상권의 서브마켓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고 부연였다.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에 비하면 아직 견조한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 대도시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로 오피스 수요가 줄면서 평균 20~30%의 공실률을 기록 중이지만 서울은 지난 2분기 기준 공실률이 2.6% 정도다. 자연공실률이 평균 5%라는 점을 고려하면 빈 사무실이 없다는 의미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수혜를 본 IT, 게임, 제약 등 기업들이 대규모 확장을 거듭하면서 시장 공실을 모두 흡수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 종식으로 사무실 복귀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외국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의 문화적 특성상 물리적 공간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2025년 마곡 마이스(MICE)복합단지 공급 전까지는 임대인 우위 오피스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서울 내 주요 권역 오피스 시장이 포화 상태라 마곡, 판교, 영등포 등이 대체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오피스에 상주하는 인구는 중장기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겠지만 개인별 사무공간의 대형화, ESG 가이드 라인을 준수하는 빌딩의 수요 증가 등으로 시장은 선별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서울은 글로벌 도시 경쟁 경쟁력은 물론 부동산 투자 측면에서도 매우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의 경쟁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 집중에 의한 현대화와 오랜 기간 수도의 기능을 하면서 품게 된 문화적 매력이 공존한다는 점"이라며 "초고층 오피스와 아파트, 대형 마이스, 복합쇼핑몰, 고궁, 남대문시장, 첨단 교통인프라, 도시를 관통하는 한강 등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상품의 가치와 매력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유명한 투자 지역으로는 명동과 성수, 한남, 신당 등을 꼽았다. 황 대표는 "해외 관광객 증가로 한국에서만 경험 가능한 소재, 동시에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집중해서 봐야 한다"며 "명동의 경우 사대문 내 관광명소가 많고 호텔이 몰려있으며 식음, 판매, 문화 등 대관광객 시설이 밀집해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했다. 이어 "성수, 한남, 신당 등 독특한 스토리가 부각되고 있는 동시에 기존 상권의 교통인프라를 갖춘 서브 지역도 특수상권으로서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쿠시먼코리아는 앞으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 자문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중소 제조업체, 개인자산가, 법인 등이 보유한 공장, 창고, 유휴부지 등에 대한 자문 서비스 니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단기성 프로젝트보다는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대내외의 부동산 환경에 대한 종합 리스크 관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