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큰손' 외인 제치고 거래비중 70% 차지…"테마주 강세"
2023-09-17 18:11
증권시장에서 큰손인 외국인 대신 개인의 매수 비중이 늘고 있다. 국내 코스피 시장이 횡보세를 이어가면서 길게는 3분기 실적 시즌까지 지지부진한 테마주 위주의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월별로 보면 6월 1조720억원, 7월 1조9750억원, 8월 9350억원, 9월은 이날 기준 117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고금리, 강달러에 이은 유가상승 압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15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이날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계속되는 외국인의 이탈로 코스피 지수는 2500~2600대에서 움직이며 이른바 '박스피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도 이달 들어 1조685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한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7조4000억원어치의 물량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4조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개인들의 거래대금(매수) 비중도 확대됐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총 거래대금은 2533조원으로 전체 거래대금(3690조원)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전년도 개인투자자가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한 비중은 67%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거래 대금 비중은 외국인(721조원)의 3.5배 이상이며, 전년(1992조원) 대비 2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코스닥 지수도 연초 이후 32%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코스닥 지수의 반절인 16% 오르는데 그쳤다.
코스닥 지수 상승률을 올린 기업은 대부분 테마주다. 제이엘케이(909.52%), 포스코DX(789.60%), 에코프로(764.08%), 루닛(650%), 신성델타테크(507.05%), 엠로(443.73%) 등 이차전지, 의료인공지능(AI), 로봇 등 각종 테마주들이 순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
테마주 강세에 개인투자자들은 엘앤에프(8200억원), 루닛(4750억원), 에코프로비엠(4450억원), 나노신소재(3110억원) 등에 투자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대금 비중이 평년 대비 확대되면서 테마주 성격의 장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짧게는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길게는 3분기 실적 시즌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개인이 채우면서 코스닥 및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수급 공백은 테마주 장세를 좀 더 지속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그는 “높아진 금리 레벨과 달러 강세, 유가 상승 압박에 시장에 피로감이 역력하다”며 “이제 개선되기 시작한 무역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원화 약세에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는 계속 주춤한 상황이다. 방망이를 짧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