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개발 도구 '유니티' 엔진 운영사인 유니티테크놀로지스가 내년부터 엔진 이용 비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게임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로 얻는 수익보다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니티테크놀로지스는 내년부터 게임 다운로드 횟수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밝혔다. 고객사는 일정 수준의 게임 매출과 설치 횟수를 충족하면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 게임 다운로드 1회당 최소 1센트(약 14원)에서 최대 20센트(약 270원)의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유니티테크놀로지스는 그간 기업 매출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을 청구해왔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중소 게임 개발사다. 유니티는 2차원(2D) 기반 PC·모바일 게임 제작에 주로 쓰이는데, 대기업 대비 자금·인력 등 자원이 부족한 중소 업체는 부담이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캐주얼 장르 게임 개발사들의 부담이 더 높아질 거란 예상이다.

한 대형 게임 업체 관계자는 "(유니티를) 다른 개발 엔진으로 급하게 대체하긴 어렵다. 통상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캐주얼 게임 제작사들이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게임사가) 버는 돈보다 더 많이 (엔진 비용을) 내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페이스펀치 스튜디오는 차기 게임 개발에 유니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레드훅 스튜디오와 메가크릿 등 개발사도 유니티를 직격 비판했다. 가격 인상에 불만을 가진 이용자의 살해 협박으로 최근 미국 유니티테크놀로지스 현지 사무실 두 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내달 진행될 국정감사에 김인숙 유니티테크놀로지스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 마케팅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번 요금 인상안이 국내 중소 게임사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회사 차원의 해명을 듣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은 국내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 적용이 어려운 글로벌 업체 대상으로 서비스 가격 인상 등 정책을 규제하긴 어렵다"며 "(게임엔진 이용 요금이) 게임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공정 거래 관련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엔진을 적극 활용해 국내 게임 개발 생태계를 키우자는 의견도 있다. 현재로선 펄어비스와 엑스엘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 두 곳 정도만이 자체 게임 개발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엔진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난도가 높은데다 운영에도 비용과 인력이 대거 투입돼 게임사가 엔진을 보유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