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거래 제재 시…수출입 영향 미미해도 진출 기업엔 악재

2023-09-16 06:00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강도 높은 대러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양국 간 무기거래 정황 포착에 따른 추가 대러 제재가 단행될 경우 지난해 30% 이상 감소한 우리나라의 대러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러시아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해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물자를 공급한 외국 기업 150곳을 신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것으로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것으로 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메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는 어떤 단체나 국가에 대해서도 공격적으로 제재를 집행해왔다"면서 "계속 이런 제재를 집행할 것이며 적절하게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올 4월 대러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을 기존 57개에서 798개로 대폭 확대했다. 대러 제재가 강화될 경우 수출 통제 품목이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이는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러 수출은 2021년 99억7900만 달러에서 러·우 전쟁의 여파로 지난해 63억2800만 달러로 33% 감소했다. 대러 수출 주요 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수출 통제로 각각 수출량이 60% 넘게 줄어들었다. 

다만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해 제재 강도가 높아지더라도 수출 감소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또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역시 지난해 대러 제재가 이뤄진 이후 인접국을 통한 우회 수출량이 크게 늘면서 대러 수출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재에 반발한 러시아가 대한국 수출 통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러시아로부터 수입 품목 대부분이 대체선 확보가 가능해 공급망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원유 등을 주로 수입해 왔지만 지난해 러·우 전쟁을 계기로 이들 품목 수입을 다른 나라로 대체하면서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강도 높은 대러 제재는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 6월 기준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은 약 167개사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의 생산 공장이 대표적이다. 이들 생산 공장은 사실상 지난해를 기점으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사업 철수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러시아는 해외 기업의 공장 등 자산 매각 시 기부금 납부 의무 조항을 내걸며 철수를 가로막고 있다. 또 철수 기업의 자산을 강제 국유화하는 등 대러 제재 강화에 따른 해외 기업의 불이익 조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러시아 내 생산·판매가 부진한 틈을 타 중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폐쇄적인 러시아 시장 특성상 철수 기업의 재진입이 어려운 점도 사업 철수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