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훈 에바 대표 "업계 첫 '화재 감지 충전지' 개발···안전·편리한 전기차 라이프 만들 것"

2023-09-14 07:10
완속충전기 전국 2만개 설치···지난해 CES 혁신상 2개 분야 휩쓸어
충전 중 화재땐 작동 준단 후 관제센터 자동신고···美·日·加수출 추진
개발 끝낸 '자율주행 로봇 충전기' 관련법 미비로 아직 상용화 못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운행 대수는 30만3281대로 전체 등록차량의 1.2%를 차지한다.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친환경차 바람이 일면서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만 전기차 화재 사고는 구매를 주저하게 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용기를 주고 싶다는 것이 이훈 에바 대표의 목표다. 에바는 올해 기준 시장 점유율 1위(신규 등록 기준) 전기차 충전기 업체로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실내 자율주행 인프라, 온디맨드 충전 서비스, 전력 공유형 완속 충전기 등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국에 2만개의 에바 완속충전기가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8년 삼성전자 사내벤처에서 창업으로까지 확장을 주도했다. 에바의 충전 로봇은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스마트시티, 로봇공학 분야에서 각각 혁신상을 수상했다. 차량탑재형 전기차 충전기로는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아 2개 제품으로 3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완속충전기로 스마트시티와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 스마트 에너지 2개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단일제품이 2개 부문에서 동시에 CES 혁신상을 수상한 최초 사례다. 혁신상을 받는 등 전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충전 인프라 업계에서 2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받은 기업은 아시아에서 에바가 유일하다. 회사 모토가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다. 최근에는 화재 감지기를 업계 최초로 전기차 충전기에 적용하며 전기차 생태계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전기차 예약하다 충전기 개발 결심

이 대표의 창업은 전기차 이용 경험에서 비롯했다. 온라인으로 테슬라를 예약한 후 주변 충전 인프라를 찾아봤지만 충전할 곳을 찾기 어려웠다. 

"당시 아파트 공동 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정된 주차장에 특정 차만을 위한 주차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스마트폰이 보조배터리로 충전되는 것처럼 전기차도 보조배터리가 자율 주행으로 알아서 움직이면서 충전해주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에 개발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공모전에 참여해 자율주행 로봇형 충전기를 개발했고 시장성과 사업성을 높이 평가받아 2명의 동료와 함께 분사창업을 했다. 자율주행형은 실내 주차장에서 운전자가 주차장 기둥에 붙은 표시점을 이용해 충전 요청을 하면 로봇이 스스로 차량을 찾아오는 방식이다. 이 충전기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나 대형건물 공동주차장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고정식 충전기처럼 주차 공간을 점유하지 않아도 되며 제품 크기도 주차면의 10분의 1에 그친다. 회사는 삼성벤처투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D2SF, DSC인베스트먼트 등의 투자를 받아 연구개발비, 인재 채용 등에 써왔다. 현재는 연구인력 25명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만큼 사업 초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자율주행 로봇형 충전기는 자율주행 로봇 관련 법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상용화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주차장 내 자율주행 로봇 운영 관련 기준과 규정이 미비한 데다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전기차 충전기로 인증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자율주행 충전로봇을 개발했지만 각종 제한이 있었다.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지만 당시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이슈가 되면서 ESS로 이동하는 충전로봇을 민감하게 봐 규제를 뚫기 어려웠다. 매일 세종시 정부청사로 출퇴근하며 안전성과 필요성을 역설한 기억이 크게 남는다. 지난 2월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규제 해소에 대한 건의도 했다."

◆시장 1위 비결은 안전·가격 경쟁력 

에바는 자율주행 충전로봇을 넘어 이제 완속충전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에바의 완속충전기는 화재 감지 기능의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조달처 2023년 2차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됐다. 기존 충전기들은 충전기 내부 온도 정도만 감지했던 반면 에바의 스마트화재감지 솔루션은 배터리에서 튀는 불꽃, 온도, 적외선 파장 등 4가지 요소를 센싱해 전기차 충전 중 화재 발생을 감지한다. 화재 발생과 동시에 충전기 작동과 주변 충전기의 작동을 중단시키고 관제센터에 화재 상황을 전달해 초동 대응까지 돕는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화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차장 내 충전기 설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충전기는 화재 원인이 전혀 아니지만 초동조치를 잘 하면 대형화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개발에 착수했다." 

에바의 제품은 조달처의 혁신제품으로 선정되며 다른 충전기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안전과 가격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된 셈이다. 에바의 또 다른 무기는 로드 밸런싱이다. 일종의 멀티탭과 유사하다. 공동주택에 배정된 한정된 전력자원을 다수의 충전기가 나눠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아파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한정돼 있어 한번에 많은 충전기를 사용하기 어렵다. 통상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기는 시간당 7킬로와트(㎾)를 필요로 한다. 이는 평균 2가구 사용량과 비슷한 규모다. 충전기 사용량 확대에 따른 블랙아웃을 피하려면 변압기 등 설비 교체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충전기끼리 소통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전력이 남은 충전기는 전력을 많이 사용한 충전기에 잔여 전력을 보급해 준다. 한정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는 셈이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전기차 충전기 사업 진출 속 에바의 경쟁력은 '개발 속도'에 있다. "대기업은 하드웨어 개발 중 요구사항이 추가되면 처음부터 다시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출시 3~4개월 전에도 필요한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 화재감지 기능 역시 개발을 독려해 개발 두달 만에 제품에 적용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일 수 있는 점도 에바의 무기다. 또 삼성의 제조, 생산 절차 프로세스에 맞춰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불량률도 낮다."  

◆캐나다·미국·일본 진출…내년 에너지 사업 착수 

에바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향하고 있다. 북미충전규격(NACS) 케이블로 완속충전기와 급속충전기 모두 테스트를 마쳤고 캐나다와 미국, 일본 등으로 초도물량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업체와 차량 탑재형 이동식 충전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현지 업체와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5만대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에서 충전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는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테슬라와 협업 관계를 맺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사업 역시 내년 확장할 사업 중 하나다. 신규 사업을 비롯해 급속충전기 양산 확대, 해외 진출, 공장 구축에 최근 KDB산업은행, 삼성증권-SBI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220억원을 쏟을 방침이다. 

"전기차 사용이 확대될수록 전력 수요가 높아지지만 발전소 건설에만 5~10년이 걸려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앞으로는 전력 공급량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보급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존 에너지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전력자원 고갈 이슈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다." 

긴급출동 서비스와 구독형 충전 서비스도 이어갈 예정이다. 손해보험사, 렌터카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연말에는 내구성을 보완한 100㎾급 급속 충전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완속충전기부터 급속충전기, 이동형 충전기, 자율주행 로봇 충전기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내년 CES에는 신기능이 더해진 완속충전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충전기를 꽃으면 별도의 인증 과정 필요 없이 충전되는 기능이다. 

에바는 완성차업체, 에너지업체 등과 협업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추가 투자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네이버와는 기술 협력을 통해 충전 카트를 개발했고 ETRI의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현대차그룹과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를 함께 추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규제 해소에 대한 목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충전로봇은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 규제와 각종 제도가 완벽히 마련될 때 더 다양한 혁신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이 대표는 보고 있다. 

"자율주행 충전로봇의 실증까지 마쳤지만 건물 내에서 하려면 보험이 필요해 보험사에 연락했더니 아직 기준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동식 충전기를 차에 탑재해 긴급출동하거나 구독충전 서비스도 실내 주차장 이용이 금지돼 반쪽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 로드맵을 구축한 만큼 관련 규제와 제도가 탄탄해져 원활하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이 대표의 최종 목표는 기후위기,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충전 걱정 없는 라이프를 제시해 전기차 전환을 앞장서 견인하겠다."
 
이훈 에바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