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위원장 1년…플랫폼 규제, 민생 보호, 조직개편 3대 키워드
2023-09-12 05:00
카카오·구글 등 제재, 플랫폼 공정경쟁 유도
납품대급 연동제 도입, 정책·조사 분리 성과
납품대급 연동제 도입, 정책·조사 분리 성과
1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위원장 취임 1년 키워드로 "공정한 시장경제", "민생", "조직 개편" 등을 꼽고 있다.
◆공정한 시장경제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 경쟁 기반 확립에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은 다면성과 간접 네트워크 효과 등 특수성이 있어 기존 불공정 행위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병행해 왔다.
올 들어 카카오모빌리티·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 행위를 제재하는 한편 독과점 심사 지침을 제정하며 경쟁 기반 조성에 주력했다. 또 플랫폼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경쟁 촉진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대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공급망 위기와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민생 챙기기에도 힘을 쏟았다. 하도급법상 납품 대금 연동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다음 달 시행을 앞둔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시장에서 조기안착할 수 있도록 참여 기업 등에 대해 범부처 차원에서 마련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연동참여 기업들에 대해 하도급법상 벌점 및 과태료 감경,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와 하도급거래 모범업체 선정시 연동 우수기업들에 대한 가점 부여, 중소벤처기업부의 각종 지원사업에의 가점 부여, 산업은행의 금리감면 등이다.
대기업집단 정책의 경우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이 수직계열화를 명분으로 계열사 간 부당지원을 통해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했다.
정보 효용성은 높이면서 기업부담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공시 규정도 개정해 시행했고. 공시대상 기준금액을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앞으로 경영권의 편법적 승계를 목적으로 하거나 중소기업과의 공정한 경쟁구조를 훼손하는 부당내부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조직개편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편이 최대 화두였다. 조사와 정책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은 공정위가 출범한 지 40년 만에 단행한 대대적 혁신이었다. 조직 구성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고 조사 부문에 대해서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조직 개편 이후 공정위 조사 업무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한 달에만 109개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는데 1월(52개)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조직 개편 전인 1~3월 평균(71.6개)도 크게 웃돈다.
최근에도 CJ그룹들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계열사들에 부당한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TRS는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이지만 계열사 간 서로 채무를 보증해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TRS 계약을 특정 계열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
◆민생
금융·이동통신·유통·사교육·엔터테인먼트업계에 대해 독과점 여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합리적 소비 환경 구축을 위한 행보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담합과 독점, 불공정 행위에는 철퇴를 가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2월 통신·은행 업계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직권조사를 통해 조사범위를 넓히기 시작해 편의점 CU·GS25(GS리테일)·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미니스톱·이마트24 등 유통업계 조사에도 나서 유통구조를 면밀히 살피기도 했다.
최근엔 '공무원 1위', '최단기 합격 1위' 등을 강조하면서 광고해 소비자를 기만한 교육업체들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하고 눈속임 설계(다크패턴), 뒷광고 등 온라인 시장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나 이용후기 조작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크패턴에 대한 실효적 규율방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디지털 거래 확산 등 변화하는 소비환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조직 개편 이후 중립성, 독립성 개선...향후 운영 방향 지켜봐야"
취임 1년을 맞은 한 위원장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나 공정위가 전방위적으로 조사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조사권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공정위는 "구체적인 혐의나 정황이 발견된 사항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나 기업 압박용으로 조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는 "준사법기관으로서 중립성과 독립성 우려가 많았으나 조직 개편 후에는 많이 개선된 모습"이라며 "향후 어떻게 운영되는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업계를 상대로) 가격 인하 등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면 "물가당국"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