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자 절반 "아가씨·아줌마로 불렸다"…성차별 피해 방지 대책無

2023-09-10 15:47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 근로자 절반이 직장에서 '아가씨·아줌마'와 같은 성차별적 호칭으로 불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근로자 10명 중 8명은 정부가 이들을 젠더폭력 피해로부터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10일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 55.9%는 직장에서 '아가씨·아줌마'와 같은 성차별적 호칭으로 불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 응답(12.4%)의 4.5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성 근로자의 경우 직장에서 성차별을 경험한 비중은 남성보다 높았다. 응답자의 45.1%는 남성(14.2%)의 3.2배 수준으로 "여자는 이래서 안 돼"와 같은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한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 26.9%는 '연애·결혼·출산 질문'과 같은 사생활 간섭을, 28.7%는 외모 지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각각 남성 응답률 13.5%, 10.1%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남녀고용평등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만을 이유로 채용·임금·노동조건 등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 응답 중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집·채용 차별과 노동조건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각각 24.4%, 25.1%였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 7.6%의 3배에 달했다.

여성 근로자는 남성보다 젠더폭력 피해에 더 많이 노출돼 있으나, 회사와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 낮았다. 젠더폭력 피해를 입어도 회사가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 답한 여성은 64.1%로 정부가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 답한 여성은 87.4%로 남성 응답률보다 20%포인트(p) 이상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여성 근로자들이 갖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 채용, 해고 등 고용상 차별과 관련한 부분만을 규율하고 있다. 혐오 표현과 사생활 간섭, 외모 지적 등 성차별적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법 규정은 없거나 모호한 상황이라는 게 직장갑질119의 분석이다. 성차별적 괴롭힘을 별도로 규정할 수 있는 법을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 직장내괴롭힘 범주를 확장해 이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하나의 극단적인 젠더폭력이 있기까지 그 배경에는 부적절한 호칭, 구애갑질, 여성혐오 발언 등 수많은 성차별적 괴롭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에서의 젠더폭력 근절은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대책 마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