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돌풍에 아이폰 금지령까지…'中, 애플 안 건드려' 믿음 깨져

2023-09-08 10:50
애플 시총 이틀간 2000억 달러 증발
"아이폰 연간 판매량 1000만대 줄어들 것"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 날벼락에 애플 주가가 주저앉았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이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반(反)아이폰 분위기 확산은 애플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가 2.9% 하락하면서 이틀 만에 애플 시총이 약 2000억 달러나 증발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정부가 자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정부가 금지 조치를 페트로차이나 등 국영 기관과 기업으로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지난해 매출에서 중화권 비중은 5분의1에 달했다. 애플은 국가별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지만, 시장조사업체 데크인사이츠는 지난 분기에 미국보다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은 또한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중국 정부의 결정은 애플 입장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속에서도 중국 당국이 애플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이 충격으로 작용한 이유다.
 
투자은행 키뱅크캐피털의 애널리스트인 브랜던 니스펠은 “통상 애플은 중국 정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회사로 통했다”며 “(이번 아이폰 금지 조치는) ‘중국 정부가 입장을 바꾸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이 시행된 시기에 주목했다. 중국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 출시 시점에 맞춰서 금지조치를 단행한 게 매우 흥미롭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스마트폰 띄우기에 발 벗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의 연간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5000만대에 달하며, 이번 금지조치로 아이폰 판매량이 연간 최대 1000만대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난 2019년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면서,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20년 중반 29%에서 현재 7%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는 애플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애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15%에서 20%로 늘었다.
 
그러나 화웨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 애플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TF인터내셔널증권의 밍치 쿠오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앞으로 4개월간 메이트 60프로를 최대 600만대 출하해, 올해 총 3800만대를 출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는 전년 대비 65% 증가한 수준이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중국 상황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가까운 시일 내에 대화할 계획이 없다"며 "아직 기사만 본 상태인 만큼, 중국에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