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이 사라진다] 두드러진 사복 선호..기로에 선 '교복 지원'

2023-09-13 05:00
교복 지원책 도마위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이 교복을 안 입고 다니는데, 사복 입고 다니게 해주면 안되나요."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을 둔 A씨는 고민이 많다. 내년부터 학교에서 정장풍 교복을 입지 않아, 비싸게 산 교복은 1년도 입지 않고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정부의 교복 지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또는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선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교복 지원 정책은 2016년 경기 성남시에서 시작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했다. 2018년 10월 학교 교복 지원 조례안이 제정되면서 2020년부터 경기도 내 고등학교까지 확대됐다. 경기교육청은 현재 1인당 교복값을 약 30만원으로 책정, 각 단위학교 주관 구매로 현물 지급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중·고등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입학준비금' 30만원을 주고 있다. 교복뿐만 아니라 학습도서와 스마트기기도 살 수 있다. 
 
"학생 편의 고려"...'정장형 교복' 탈피 학교 속속

최근 일부 학교는 '탈(脫)교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영원중학교에선 내년부터 교복 조끼와 치마, 와이셔츠를 입지 않아도 된다. 영원중 관계자는 "교복 완전 자율화는 아니지만 학생들 편의를 고려해 생활복과 체육복을 입고 등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바뀐 교칙을 설명했다. 

학생이 교복을 착용하는 것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8조에 따라 각 학교장에게 재량이 있다. 같은 법 시행령 9조는 학교장이 학생·학부모·교원 의견을 듣고 교복 착용 여부를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울 목동 목운중학교도 체육복을 입고 등교해도 된다. 목운중 관계자는 "학교별 교칙에 교복 규정이 있는데, 회의체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 등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교복을 입고 말고는 학교 구성원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일방적인 주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따라 교복 자율화가 된 학교도 있다. 충남 아산 설화고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사복 등교를 허용 중이다. 2년 전인 2021년 교직원·학생·학부모로 구성된 '회의체'에서 교복 자율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데 따른 것이다. 설화고 관계자는 "2020년 충남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복장) 자율화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학생·학부모 혼란 가중···'전면 재검토' 목소리도

문제는 현행 교복 지원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각 단위학교마다 교복 자율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로 다른 정책에 혼란스러운 건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서울 신길동에 사는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A씨는 "이러다 교복이 사라지고 사복만 남을까 걱정이 된다"며 "교복이 도입된 건 학생마다 빈부격차를 없애고, 의류 지출 비용을 줄이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이 모든 게 사라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경기 수원 망포동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B씨는 "교복 비용을 지원한다고 해도 블라우스와 바지 하나씩 더 사면 결국 '내돈 내고 사는 값'"이라면서 "요즘 애들은 학교에서 교복도 안 입고 다닌다는데 돈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수원시 원천동 정보과학고에 다니는 C양도 "교복 지원금이 넉넉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교복 지원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은 "교복의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고, 과거엔 사복이 비쌌는데 지금은 교복 단가가 양복보다 비싸다"며 "지금 상황에서 현물성 교복 지원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지는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처럼 입학준비금 형태로 지급하고, 사용 선택권을 학생에게 주는 것이 맞다"며 "현재 학생들 설문조사를 해보면 교복 필요성이 낮아진 상태"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