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 육사 결정에…카자흐 고려인들 "이전 계획 철회하라"

2023-09-02 08:19

2018년 6월 신흥무관학교 설립 107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및 육군사관학교 관계자들이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내에서 외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동포들이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리 류보피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예술감독과 박 드미트리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카자흐스탄 지회장 등 고려인 동포들은 1일(현지시간) 알마티 고려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흉상 이전 계획에 항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알마티 고려극장에  '항일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모셔갔으면 제대로 모셔라', '홍범도 장군 공산당 이력이 문제면 내 가족과 고려인 동포 50만명도 모국의 적인가'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박 지회장은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 당시 홍범도 장군이 아름다운 해방된 조국의 품에 안겨 영면하시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 뿌듯해했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꼈다"며 "다섯 분의 독립전쟁 영웅 중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철거한다는 소식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리 예술감독은 "체제와 정권이 바뀔지라도 홍범도 장군은 우리 민족의 독립전쟁 영웅"이라며 "그가 8000만 겨레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고려극장은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립군 지도자 홍범도 장군은 스탈린 정권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해 말년을 카자흐스탄에서 보냈다. 1943년 75세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그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꼽혔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2021년 8월 한국에 봉환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앞서 지난 31일 육사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