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형 줄이고 정비사업 수주 늘리는 신탁사…도시정비 성과는 물음표
2023-08-31 18:27
주요 부동산 신탁사들이 올 상반기 신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에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낮은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다만 도시정비사업에서 신탁방식이 도입된 지 6년이 넘었지만 실제 준공실적이 많지 않아 성과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코람코자산신탁·KB자산신탁·대한토지신탁 등 상위 5대 신탁사의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8조1626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2113억원 대비 6개월 만에 487억원 감소했다.
특히 한국자산신탁의 차입형토지신탁 수탁고는 지난해 말 2조3948억원에서 올 상반기 2조3802억원으로 146억원 줄었다. 한국토지신탁의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3조2210억원에서 3조2082억원으로 128억원 감소했는데, 연간 기준 비중이 2020년 53.8%, 2021년 32.6%, 지난해 30.8%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 수주 소식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의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2868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3085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간 비중으로도 지난 2020년 19.6%에서 지난해 42.9%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한토신은 올해 들어서만 서초 삼풍아파트, 삼전동 모아타운, 목동10단지, 강서구 마곡 신안빌라, 여의도 삼익 등 10곳의 사업장에서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사업시행자·대행자로 지정됐다.
한국자산신탁은 올 들어 양천구 목동9·11단지,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럭키, 도봉구 창동주공2단지 등 6곳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대한토지신탁은 강남 봉은지구 재개발, 상계주공11단지 재건축 등 신탁방식 정비사업 4건을 따냈다. KB부동산신탁은 목동14단지, 송파구 가락7차현대 등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
다만 신탁방식 정비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아직 성과가 난 사업장은 많지 않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한국자산신탁과 지난 2016년 MOU를 맺었지만 아직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기 전까지 사실상 사업 진행이 멈춰 있던 셈이다.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이 도입된 지난 2016년 이후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하나자산신탁의 신탁방식 정비사업 준공현장은 각각 한 곳에 그쳤다. KB부동산신탁은 아직 준공 실적이 없다.
신탁사 관계자는 "자체 자금으로 사업을 벌였다가 큰 손실을 볼까봐 차입형 사업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며, 위험관리에 방점을 찍고 수익률은 낮아도 안정적인 도시정비 수주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신탁방식은 지정고시, 관리처분인가 등 인허가 단계별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사업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정비사업 MOU를 체결하고 수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