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주가 챙기는 재계 총수들···주주환원정책으로 기업가치 제고

2023-08-30 18:30
'파이낸셜 스토리' 내세운 최태원 비롯
현대·삼성·카카오·포스코 등 적극 관리
올해 기아 등 대기업 다수 주식 소각
미래 성장동력 위한 자본 확보 포석도

재계 총수들이 직접 계열사 주가까지 챙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이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업그룹 계열사도 자본시장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주가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진단도 나온다.

30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재계 총수와 대기업그룹 핵심 임원들이 직접 계열사 주가를 챙기고 부양을 지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도 주가에 신경 쓰는 재계 총수가 많았지만 각 계열사별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파이낸셜 스토리' 이론이 등장하는 등 더욱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가장 먼저 강조한 재계 총수로 꼽힌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주 및 시장 관계자들과 회사의 재무적 비전을 공유하고 결과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특유의 방식을 거듭 강조해왔다. 

올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주주환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직후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게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최대한 빨리 찾아 실행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초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이끈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부쩍 주가를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업황에서 벗어나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 지주사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던 만큼 이후 주가를 부양해 기업 가치 제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사를 통해 주가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2년째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그룹 시가총액이 정체된 것은 CJ그룹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가 부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에도 유사한 신년사를 발표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그룹 핵심 인사도 주가를 의식해 지난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두 대표는 회사의 주가가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계 총수의 영향을 받아 금융투자시장에서 자사주 소각 등 여러 주주환원정책을 단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올해 초부터 8월 30일까지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 기업 중 40여 개사가 50회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39회, 2021년 연간 19회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높이고, 자본금을 줄여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제고하기에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올해 주식 소각을 단행한 상장사 중 SK와 SK스퀘어, SK텔레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HL홀딩스, 풍산홀딩스, 현대엘리베이터 등 대기업그룹 관계사가 적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SK와 포스코 등 최근 들어 주가에 신경을 쓰는 재계 총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배터리와 그 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라 주주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