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출 이끌던 車, 하반기 둔화 전망...무역수지 '먹구름'

2023-08-31 05:00
올 1~7월 자동차 수출액 415억5300만 달러
8월 1~20일까지 20.2%↑...전월 대비 7%P↓
"수출 사이클 있어...호황 계속되진 않을 듯"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수출 부진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던 자동차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 이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업황 반등이 지연되는 상황과 맞물려 무역수지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자동차 수출액은 415억5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불과 7개월 만에 수출액 4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종전 최단 기간 내 400억 달러를 넘었던 지난해에도 10개월이 소요됐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9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5% 늘었다. 통상 7월은 여름 휴가철이라 조업 일수 감소 등 영향으로 수출이 주춤한 시기이지만 올해는 역대 7월 중 가장 많이 수출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수출 호조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친환경차 수출액은 2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급증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차 수출이 늘면서 그나마 부진이 지속되는 전체 수출 실적을 방어해 왔다. 

문제는 하반기다. 자동차는 구매 주기가 긴 품목이라 연중 계속 잘 팔릴 수는 없다. 조만간 업황 사이클이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차 등을 중심으로 파업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생산 감소에 따른 수출 위축이 우려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자동차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21억1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2% 늘었다. 그러나 전월(27.9%)과 비교해 보면 증가 폭이 7.2%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주요 기관들도 하반기 자동차 생산·판매가 상반기보다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자동차 생산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 경제연구기관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도 수출 사이클이 있어 계속해서 호조세를 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자동차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 반등이 정부나 업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수출 실적이 크게 확대됐던 자동차까지 부진을 겪을 경우 수출 플러스 전환과 무역수지 흑자 유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8월 초에는 대체로 기업들 휴가가 많아 수출이 좀 저조할 수 있다"면서도 "9월부터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수출도 반등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친환경 자동차 수요가 상당히 증가하면서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며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 봐서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이나 금리 변화, 거시적인 여건 등을 다 같이 고려해야 되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