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 사회, 쇼핑도 게임도 도박] 극악의 확률...소비자 우롱하는 이커머스·게임
2023-08-31 04:30
극히 낮은 당첨 확률을 기대하며 랜덤박스를 구매하거나 고가의 게임아이템을 뽑기 위해 소액씩 현금을 결제하다 눈덩이처럼 금액이 불어나기 일쑤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인 속칭 '카더라'에 현혹돼 투자종목을 결정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30일 아주경제가 한국소비자연맹에 의뢰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우주마켓 랜덤박스 관련 소비자 민원 건수를 분석한 결과, 총 70건으로 집계됐다.
랜덤박스 관련 소비자 민원은 월평균 8~9건에 달한다. 월평균 소비자민원 건수를 환산하면 올해 연간 기준 1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우주마켓 건수만 집계한 것으로, 전체 랜덤박스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민원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상품이나 아이템이 무작위로 발송되는 랜덤박스는 수천원을 투자해 최고 1000만원에 달하는 명품을 손에 쥘 수 있다고 사행심리를 부추겨 소비자를 유인한다. 겉으로는 확률 게임처럼 보이지만, 당첨 확률은 미미해 사실상 사행성 도박에 가깝다. 실제로 당첨 확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첨확률조차 공개하지 않는 업체도 상당수다.
희귀 게임 아이템을 앞세워 현질(현금결제)을 유도하는 게임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확률 아이템이 게임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이용자들에게 아이템 뽑기나 과금을 권하는 식이다. 게임사들이 이용자들이 상위 랭킹에 오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아이템이나 장비를 뽑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사행성을 조장하는 마케팅이나 테마주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노려 고객의 주머니를 노리는 기업에 대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랜덤박스의 경우 당첨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벌금도 벌어들인 수익에 맞게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