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건설공사 품질문제, 올바른 건설문화 정착에서 출발해야

2023-08-31 06:00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진=건설산업연구원]

최근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파장이 크다. 구조계산 및 구조계획 상의 오류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설치 누락 등이 주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로 인한 여파는 건설산업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설계 및 감리 용역업체의 담합 그리고 수의계약 문제, 발주청의 전관특혜 의혹까지 다양한 이슈들로 확산되고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건설산업 내 ‘이권 카르텔’ 언급과 함께 건설산업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도 부실시공 방지와 품질 확보를 위한 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공동주택 등 시설물의 부실시공은 어떠한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문제임과 동시에 우수한 품질의 시설물을 공급하는 책임을 다할 때, 건설산업의 미래도 있다. 이번을 계기로 건설시설물의 품질 확보를 위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번 주차장 붕괴사고로 인해 건설업계 전체가 이권을 둘러싼 카르텔 집단으로 오인되거나 산업 전반에 만연돼 있다는 식의 일방적인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결코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문제 인식과 보다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보다도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매일 생활하는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도로, 터널, 철도 등 다양한 인프라 시설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다 보니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건설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공공적인 책임이 강조되고 법적·윤리적 책임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사업 기획, 설계, 시공 및 시설물 인도 혹은 운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법률과 규제는 매우 많다. 또 최근과 같이 품질이나 안전 관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각종 법률과 규제가 양산돼왔다.

건설산업은 대표적인 계약의 산업이다. 하나의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업 참여자 간에 각종 계약관계가 형성되고, 신뢰에 기반한 성실한 계약 이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발주자에서 설계 및 감리사, 시공사, 자재·장비업체 및 건설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사업 참여자 간의 성실한 계약 이행과 협력에 기반한 합리적인 책임과 의무는 건설시설물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건설사업의 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 건설산업에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설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발주자, 설계 및 감리업체, 시공사에 이르기까지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건설사업 품질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책임과 역할 분담을 위해 정책·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감독과 견제가 아닌 상호 협력에 기반한 건설사업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해 줄 필요가 있다.

또 건설사업의 기획 및 수행단계에서 사업비보다는 품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입찰 및 공사관리제도 등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건설사업 수행 성과를 평가하는 건설공사 사후평가제도의 정비를 통하여 평가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평가결과의 활용도를 넓힐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 건설산업에 대한 기대와 다양한 사업 참여자들의 상호 이익을 위해 각 사업 참여자들의 책임과 역할의 성실한 이행과 공정한 거래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품질 확보를 위한 자발적인 협력시스템의 구축 사례와 발주자에서 시공사, 자재·장비업체 그리고 건설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우수한 사례들을 적극, 발굴 전파할 필요가 있다.

또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설기업 및 사업 참여자간 상호 협력을 적극 유도하는 발주자 및 시공사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건설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품질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