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예산안] 건전재정 '외길' 간다…2년째 뼈 깎는 구조조정

2023-08-29 11:00
2023년 24조 이어 내년 23조 지출 구조조정…사업 총 1만개 이상
R&D -7조, 보조금 -4조…"정부 주요 지원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해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2년 연속으로 20조원 넘는 재정 구조조정에 나서며 긴축 기조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재정 투입 사업을 1만개 이상 조정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연구개발(R&D)과 보조금 예산이 각각 7조원과 4조원 깎이며 전체 구조조정 규모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비효율적인 지출을 정비해 재정 누수를 막고 미래 경쟁력이 있는 산업에 선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23조원에 이르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안(24조원)에 이은 2년 연속 대규모 삭감이다. 10조~12조원 안팎인 평년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예산 규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와 함께 개별 사업 단위 성과 저하, 집행상 비효율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문제 의식이 작용했다. 

유사·중복과 집행 부진, 성과 미흡 등 재정 운용 효율성을 저해하는 낭비적 지출과 부정 수급, 부당 사용 등 부적절한 집행이 횡행했다는 게 정부 측 판단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개최된 재정전략회의에서 "나라를 위해 건전 재정을 해야 한다"며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5월 말에 제출한 예산 요구안에 대해 건전 재정 기조에 맞춰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이번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검토된 사업은 1만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R&D와 보조금 예산은 각각 7조원, 4조원 등 총 11조원에 이르는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R&D 분야는 투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성과 도출이 미흡하다고 봤다. 도전 과제 대신 나눠 먹기식 소규모 R&D 사업을 지속하거나 관행적으로 예산이 지원된 사업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108개 사업이 통폐합됐다. 

예산안에 기재된 삭감 폭은 5조2000억원으로 나머지 2조~3조원은 다른 사업으로 이관됐다는 게 기재부 측 설명이다.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관련 심의가 이뤄지기 시작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부정·비리가 적발된 보조금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관행적 지원 증가 등 보조금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집행·관리 부실 등 누수 요인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의 전달 체계를 재구조화하고 부정 수급, 회계 관리 미흡 등이 드러난 사업은 모두 없애기로 했다. 

전체 지출 구조조정 규모 중 나머지 12조원에 대한 조정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별도로 정리·제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측 해명이다. 향후 국회에 제출되는 예산서를 통해 사업별 증감 내역을 따져보면 구조조정 세부 내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처 안팎에서는 민간 단체·노조 자체 사업, 성과가 미흡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지역 화폐, 문재인 정부 핵심 사업이었던 태양광 관련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4일 진행된 사전 브리핑에서 "그간 재정 성과 평가 결과가 미흡하거나 부정 수급, 부정 사용에 이용된 사업이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라며 "완전히 삭감한 사업과 일부 이동한 사업, 신설 사업 중 보강이 된 사업 등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효과성이나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등 강력한 재정 혁신에 기초한 건전 재정 기조 속에 예산을 편성했다"며 "총지출 증가율이 낮아져도 정부의 주요 지원 사업들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