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홍범도 '이념전쟁' 발발...尹 "시대착오적 진보, 한쪽 날개 될 수 없다"
2023-08-27 16:09
국민통합위 2기 출범식에서 "방향이 같아야 힘을 합쳐 날 수 있다"
여야 정치권에 때 아닌 '이념전쟁'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러한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2기 출범식에 참석해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보와 보수진영을 새의 왼쪽, 오른쪽 날개에 비유한 고 리영희 선생 저서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의 글귀를 빌렸지만, '방향이 다른 진보세력'은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 정신을 반공운동에 연결하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며 일부 ‘진보 진영’을 반국가세력으로 질타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1914년 광주 출생인 정율성은 항일 투쟁을 위해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 활동을 하다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중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중국과 북한에서 활동하며 '중국 인민해방군가(팔로군 행진곡)'와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힌다.
광주시에서는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해 정율성의 항일운동을 부각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정율성이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온 몸을 바친 인물이라며 기념사업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가 '공산당 가입' 경력 등을 문제 삼아 홍범도 장군 등 일제강점기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것은 거센 역풍을 맞고 좌초되는 분위기다. 군 당국은 육사 충무관 앞에 있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독립군을 양성한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가능하면 육군 또는 육사의 창설, 군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흉상으로) 하는 방향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철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흉상이 철거된 자리에 6·25전쟁에서 한·미 동맹의 주역으로 활약한 고(故)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백 장군은 독립군을 토벌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여서 독립군의 자리를 친일파가 대신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커졌다.
결국 국방부는 26일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생도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조성된 기념물들을 독립운동이 부각되는 최적의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홍범도 장군이)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가"라며 "참 할 일도 없다"고 일침했다.
홍 시장은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받는다. 그만들 하라. 그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