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日오염수 방류 개시, 수산시장·횟집 '찬바람'..."후기 쓰면 서비스"
2023-08-24 15:11
"손님들이 내년부턴 회를 못 먹겠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왔다'고 말하는 분 많아요."(가락동 수산시장 상인)
24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전모씨(63)는 "10곳당 1명꼴로 손님이 온다고 느낄 정도"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전씨는 "여기가 시장 입구인데 이 정도로 장사가 안 되면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라면서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발표하기 전부터 손님들이 '찜찜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날 오후 1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22일 일본 정부가 방류를 결정함에 따라 수조에 보관 중이던 오염수를 이날 오후 1시께부터 방출했다.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양은 3만1200톤(t)이다.
"아무리 안전하다 말해도 소용없어"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뒤 이곳 상인들은 불안감에 밤을 지샜다고 토로했다. 30년 동안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한 한모씨(60대)는 "그저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 한숨도 못 잤다"며 "단골들도 대놓고 '(오염수) 방류되면 안 온다'고 한다. 손님이 없어 출근해 매일 놀고 있다"고 말했다.
가락동 수산시장에서만 30년 넘게 장사를 한 50대 상인도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했으니)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상인들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게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낙심한 분위기 속에 자구책을 찾는 상인도 있었다. 가락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한 상인은 "한 달 전부터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문 후기를 쓰면 '해산물 모둠'을 서비스로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장사는 조금 됐으면···" 악재 겹쳐도 내심 기대
이날 오전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은 상인들이 새로 들어온 해산물이나 수산물 등을 매대에 정리하고 창고로 옮기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수산시장 2층 식당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있는 한 상인은 이번 추석 때 전을 만드는 생선을 다듬어 스티로폼 접시에 담고 있었다. 그는 "아무리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다 해도 (상인들이) 죽을 순 없지 않으냐"며 "원래 여름엔 장사 잘 안 된다. 오염수 방류 이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께 노량진수산시장에선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손님 등에게 말을 주의해 달라는 안내방송도 나왔다. 안내방송에선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알리면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경고성 내용이었다. 시장 입구만 쳐다보고 있는 다른 상인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기자들이 오는 것 같다"며 "말하기 싫다"고 반응했다.
2층 식당가에서 7년간 일했다는 또 다른 상인은 "(오염수가) 우리나라까지 오는 건 먼 미래"라며 "나이 드신 손님들은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염수 방류되고 손님이 끊길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에도 몇 팀씩 왔던 저녁 회식 손님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