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보상" OTT 맞서 석달째 멈춘 할리우드

2023-08-25 00:00
재상영 분배금·AI 저작물 도용 이견
작가·배우조합 동시 파업… 피켓시위
톰 크루즈 등 동참… 제작중단 사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과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할리우드가 멈췄다. 지난 5월 2일 미국작가조합(WGA)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 데 이어 7월 14일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또한 미국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을 상대로 파업을 선언했다. 두 노조가 함께 파업을 선언한 건 1960년 이후 처음이다.

제작자연맹은 미국 노동법에 따라 3년마다 미국작가조합과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 미국감독조합과 노사 협상을 진행한다. 기본 합의서를 조율·갱신하고 각 노조 근무 환경과 급여 문제를 개선한다. 양자 간 계약은 다음 계약 갱신 전까지 미국 미디어업계에서 표준근로계약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 단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최저임금 인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량에 따른 재상영 분배금 인상 △작품 기획·제작 단계에서 작가들에게 안정된 고용 기간과 보조 인력 보장 △비대면 오디션 지양 △인공지능(AI)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사용과 대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제작자연맹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이 파업에 나선 배경은 OTT와 AI의 급격한 성장에 있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 유행 후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등 OTT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하고 있으나 노동 환경은 열악해지고 수익 분배도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OTT의 무한 스트리밍에 따른 재상영 분배금이다. 영화, 드라마, TV 프로그램이 동일 매체나 타 매체에서 재상영될 때 창작자와 실연자는 제작자에게서 재상영 분배금을 받지만 OTT는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기 때문에 재상영과 재판매 수익이 나지 않는다.

이에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글로벌 OTT 가입자 수와 콘텐츠 조회 수에 비례해 재상영 분배금을 조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해외 사용량을 포함한 콘텐츠 사용량에 대한 투명한 집계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나 제작자연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대중문화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AI 저작물도 문제 삼았다. AI가 콘텐츠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창작자들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수집하고 도용하며 데이터베이스(DB)로 쓰인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조합은 제작자연맹 측에 AI 프로그램 구축에 저작물을 사용할 때는 △원작자의 허가 △정당한 대가 지급을, 배우조합은 △생성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 △복제물 사용량에 비례한 정당한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작자연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 차례 진행한 협상이 결렬되자 작가조합·배우조합은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넷플릭스·워너브러더스·디즈니 등 제작자연맹을 상대로 피켓 시위를 벌였고 조이 살다나, 니콜 키드먼, 제이미 리 커티스,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스타를 포함한 배우 약 16만명이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2' '블레이드' 등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이미 찍어놓은 작품들도 문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시사회, 인터뷰, 시상식, 작품 홍보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워너브어더스는 영화 '듄: 파트2' '아쿠아맨2' 등에 대한 개봉 시기를 고민 중이고 9월 개최 예정이던 에미상은 내년 1월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