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中 전역에 비밀 반도체 공장 건설 중…美 제재 회피 목적"

2023-08-23 19:52
화웨이, 中 정부로부터 최소한 300억 달러 지원 받아
공장 최소한 3곳 건설 중
中, 2030년께 전 세계 구세대 반도체 생산량 절반 이상 차지 전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통신설비업체 화웨이가 중국 전역에 비밀 반도체 공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화웨이가 제재를 회피하는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비밀리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및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SIA 발표 내용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정부로부터 최소한 3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은 가운데 현재까지 최소한 2곳의 반도체 공장을 매입했고, 이와는 별도로 최소한 3곳의 공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 상무부는 화웨이를 2019년에 블랙 리스트에 등재하고, 거의 전 영역에서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 및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화웨이는 미국업체들로부터 반도체 및 반도체 설비 등을 매입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SIA의 주장대로 화웨이가 비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거나, 다른 기업의 이름으로 매입한다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해서 미국의 반도체 설비와 기타 금수 조치가 내려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미 상무부의 산업안보국(BIS)는 이와 같은 SIA의 주장에 대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화웨이가 주도하는 비밀 반도체 네트워크에 포함된 2곳의 업체인 푸졘 진화 반도체와 펑신웨이 반도체 제조(PXW) 역시 미국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BIS는 "화웨이, 푸졘 진화, PXW에 내려진 엄격한 제재를 감안할 때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상당한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것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BIS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위협 환경에 근거해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하고 갱신하고 있다"며 "2022년 10월 7일 발표된 제재 조치에서 명시된 대로 미국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정부는 작년 10월에 대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실시하고, 중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설비 매입을 금지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및 반도체 설비가 중국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은 28나노미터 이상의 구세대 반도체 설비만 매입 가능한 상태이다. 그러나 화웨이와 같은 블랙 리스트 등재 기업의 경우, 그 마저도 라이센스 없이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이에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를 비롯, 중국 고위 관리들은 입 버릇처럼 자강, 자립을 언급하며 기술 발전을 외치고 있다.

SIA는 현재 중국에는 최소한 23개의 반도체 공장이 건설 중이라며, 중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공장 건설에 최소한 1000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에 2029년이나 2030년 께에는 중국이 28나노미터 및 45나노미터 등 구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전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위한 싸움'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중국은 보조금 측면에서 다른 국가들을 다 합친 것 만큼의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며 "그 수치는 어마어마하다"고 짚었다.

한편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중국의 기술 산업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에는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첨단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 제재 방안을 발표했고, 이와 별도로 작년 발표한 AI 반도체 제재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