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녹색전환…한일협력으로 윈윈하자
2023-09-04 15:44
요즘 날씨가 무척 덥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서민과 노약자는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기후변화가 벌써 우리 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 우리 정부는 다른 주요국들과 마찬가지로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약속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나의 행동, 예를 들어 ‘과도한 자동차 의존증’을 바꾸도록 하는 충분한 유인책을 우리 사회에서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야 할 필요가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일본에서는 이를 줄여서 GX라 칭함)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2023년 2월에는 “GX 실현을 향한 기본 방침”을 각의에서 결정하였고 이어 'GX추진법'과 'GX탈탄소전원법'을 제정하여 녹색전환을 위한 법적 기초를 정비하였다. 이러한 법률들에 의해 도입되는 녹색전환정책은 다음과 같다.
둘째는 '성장지향형 카본 프라이싱 도입'이다. 이 조치는 'GX경제이행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기능한다. 먼저 탄소에 부과되는 '화석연료부과금'을 도입한다. 2028년부터 화석연료 수입업자 등 사업자에 대해 화석연료에서 유래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따라 화석연료부과금을 징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단위당 부과금 액수를 얼마로 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남아 있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포괄적인 탄소세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시행까지 아직 5년이나 남아 있어서 즉각적인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녹색전환을 어느 정도 달성한 후 본격적으로 탄소가격제도를 시행한다는 전략을 구사한다. 기업과 산업에 부담이 급격하기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또한 이 제도가 경제주체의 행동을 바꿀 만큼 충분한 유인책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위당 부과금을 충분히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야 하나 일본 정부가 이 정도 수준으로 부과금을 설정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배출권거래제도도 보다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운영되는 GX리그라는 배출권거래제도가 2026년부터 다배출 산업에서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며 발전사업자에 대해서는 EU와 동일한 '유상옥션' 방식을 통해 2033년부터 '특정사업자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징수할 계획이다.
셋째는 'GX추진기구(탈탄소성장형경제구조이행추진기구)'를 설치한다. 이 추진기구는 민간기업의 녹색전환투자에 대해 채무보증 등을 포함한 금융 지원을 실시하며 화석연료부과금과 특정사업자부담금을 징수하고 배출권거래제도를 운영하는 등 정책 주체로 활동한다. 추진기구는 경제산업성 장관에게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녹색전환정책은 일본과 유사한 정책 목표와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어서 이 분야에서 한·일 협력은 양국에 매우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약속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보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구축, LNG의 안정적 확보 등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협력도 필요한 실정이다. 배터리나 차세대 자동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 한·일 간 산업생태계 구축은 양국 기업 간 경쟁과 협력의 새로운 터전이 될 수 있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한·일 산업생태계 구축도 긴요한 과제다. 일본이 강점을 가지는 부품과 소재 분야를 한국이 강점을 가지는 대규모 제조 능력과 결합하고 새로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중요 광물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양국 협력을 통해 구축한다면 한·일 양국은 녹색전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적으로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간 녹색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한·일 협력을 지원하는 '한일녹색전환기금'을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창설하여 두 나라 기업 간 협력을 가속화하는 촉매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