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하는 2위 티빙, 다급한 4위 웨이브...합병설 동상이몽

2023-08-24 04:30
넷플릭스 대항해 K-OTT 티빙-웨이브 합병설 제기
웨이브, FI 요구로 내년 상장과 합병 선택 기로
티빙은 유료 가입자 수, 시장 점유율 늘어 합병 급하지 않아
웨이브 FI 지분과 티빙 지분 희석 해소가 합병 열쇠

[사진=아주경제 DB]
글로벌 OTT(비디오 스트리밍) 넷플릭스에 대항해 한국 OTT 업계 역량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추진 중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모회사 간 견해차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자금 등으로 인해 내년 중 상장 또는 합병을 선택해야 하는 웨이브 1대 주주 SK스퀘어와 달리 티빙의 1대 주주인 CJ ENM은 사업 지표가 좋아지고 있는 만큼 합병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OTT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티빙·웨이브 합병을 위한 SK스퀘어와 CJ ENM의 논의가 지난달부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유료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가운데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이 2~4위 자리를 놓고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8월 초 공개한 ‘OTT 서비스·콘텐츠 이용행태 및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유료 OTT별 일주일 이용률은 △넷플릭스 54.9% △티빙 16.9% △쿠팡플레이 15.0% △웨이브 11.8% 순으로 집계됐다(중복답변 가능).

2021년 △넷플릭스 54.7% △티빙 12.9% △웨이브 12.4% △쿠팡플레이 6.7%였던 점을 고려하면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성장하는 동안 웨이브 홀로 제자리걸음했다. 이는 지난해 웨이브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지상파 3사보다 티빙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CJ ENM과 JTBC의 콘텐츠 영향력이 더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 힘으로 한국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티빙과 웨이브 모두 갈 길이 멀다. 티빙은 2022년 순손실 1249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웨이브도 2022년 순손실 1213억원을 냈다. 누적되는 적자는 두 회사 합병설이 2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로 꼽힌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지상파, 종편, CJ ENM, KT스튜디오지니 등을 아우르는 K-콘텐츠 수급 역량을 확보하고 넷플릭스와 겨룰 기초 체력을 쌓은 후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대 주주의 입장 차이로 인해 연내 양 사의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웨이브는 지난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 SKS프라이빗에쿼티 등 두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 조건은 5년 이내 상장한다는 것이었다. 내년 11월까지 상장하려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해야 한다. 올해 초 세계 경기 둔화로 상장이 어려운 시점에서 웨이브 적자까지 가중돼 1대 주주인 SK스퀘어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SK스퀘어 고위 임원진은 CJ ENM 경영진을 만나 티빙·웨이브 합병에 관한 의사를 진지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J ENM은 티빙의 시장 점유율, 유료 가입자 수 등 사업 지표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만약 양 사가 합병하면 CJ ENM은 보유한 티빙 지분(48.85%)이 희석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티빙 발행주식 총수의 4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올해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CJ ENM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CJ ENM은 올해 2분기 실적 컨콜에서 "(티빙과) 타 플랫폼 합병은 사실상 많은 어려움이 있다 보니 현재는 적극적으로 고려하지는 않는 선택지"라고 밝혔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티빙-웨이브 합병이 성사되려면 2024년 상환해야 하는 웨이브 투자금에 대한 SK스퀘어와 CJ ENM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상파 3사와 JTBC, KT스튜디오지니 등 티빙·웨이브 주요 주주의 의사도 합병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