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가계부채 증가, 진짜 원인은 어디에?
2023-08-23 08:01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때아닌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를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반면, 은행권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상생금융을 강조해 온 금융당국, 각종 DSR 예외 조항 등의 정책이 가계부채 규모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가계대출은 직전 분기 대비 10조1000억원 증가한 174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가계대출이 전 분기보다 11조원 줄어든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단연 주담대다. 2분기 말 기준 주담대는 1031조2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4조1000억원 늘었다. 1031조200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 주담대로, 전 분기에 세운 기록을 한 분기 만에 재차 갈아치운 것이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를 은행권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3년 7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이 10조2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16조7000억원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2개월(6~7월) 사이에도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6000억원 감소하는 동안 은행권은 6조원이나 증가했다.
다만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에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은행권도 반론의 여지가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7월 말까지 총 31조원이 공급됐다. 이는 정부가 출시 당시 예상했던 1년간 39조6000억원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금융당국도 지난 5월 ‘최근 가계대출 동향 점검’을 통해 정책모기지 취급이 3월 이후 크게 확대된 것을 가계대출 반등 원인으로 꼽았을 정도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11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등 공급량 조절에 나섰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692조5335억원에서 7월 말 679조2209억원으로 13조원 이상 줄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도 같은 기간 513조1343억원에서 512조8875억원으로 2468억원 감소했다.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3000억원가량 증가했던 지난 4월에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3조297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이 정책모기지가 가계대출 규모 확대를 견인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반면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가계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침체하면 역전세·깡통전세나 가계대출 부실 확대 등 부작용이 커 가계대출 확대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일부 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부동산 경기와 가계부채 규모 변동이 완만하게 움직이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라는 점에서 가계부채 급증세를 완화시킬 정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