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성 폭풍 '힐러리', 美 캘리포니아 접근…"하루에 1년 강우량 예상"

2023-08-21 11:13
캘리포니아, 84년 만에 열대성 폭풍 상륙

20일(현지시간) 열대성 폭풍 '힐러리'의 영향권에 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운전자들이 차오르는 물에 차량을 두고 대피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열대성 폭풍 힐러리가 캘리포니아에 근접했다. 당초 허리케인에서 열대성 폭풍으로 세력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열대성 폭풍이 닥친 것은 84년 만이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5시께 국립허리케인센터(NHS)는 열대성 폭풍 힐러리의 눈이 남부 캘리포니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날 미국 남서부 지역과 멕시코 바하 칼리포르니아주 북부에 치명적인 수준의 홍수를 경고했다. 당초 4등급 허리케인이던 힐러리는 열대성 폭풍으로 강도가 크게 약해졌지만 여전히 최대 시속 50마일(80㎞)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폭우도 예고됐다. 국립기상청 관계자들은 AP뉴스에 이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캘리포니아에 시간당 3인치(7.62㎝)의 호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면서 집중호우가 발생해 사상자가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캘리포니아 남부와 네바다 남부에 누적 강우량이 최대 10인치(25㎝)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남서부는 열대성 폭풍에 대한 대비가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이 캘리포니아에 상륙하는 것은 약 84년 만이다. 해당 지역은 건조한 날씨가 일반적이다. 국립기상청은 네바다주의 일부 지역은 하루 만에 1~2년 분량의 강우량을 기록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네바다주 데스밸리는 1년 평균 강수량이 약 2인치(5㎝)에 불과한 곳이다. 

현지 당국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는 모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힐러리가 최근 10년간 캘리포니아를 찾아온 폭풍 중 가장 위협적인 모습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바다주도 주 방위군 100명 동원 준비에 들어갔다. 

항공편과 각종 야외행사도 취소되고 있다.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에 3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샌디에이고 국제공항에서도 40%에 가까운 항공편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의 메이저리그 야구팀 엘에이 다저스와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이날 경기를 하루 당겨 더블헤더로 진행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여러 해변과 국립공원 대부분이 폭풍으로 인해 폐쇄 조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