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죠"
2023-08-20 00:00
김성훈 감독이 돌아왔다.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넷플릭스 '킹덤'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은 그는 위기를 맞닥뜨리게 된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평범한 인물과 거대한 위기 사이의 균열 속 휴머니즘, 서스펜스, 유머를 발견하도록 만드는 건 그의 주무기다.
김 감독은 영화 '비공식작전'을 통해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떠난 외교관과 한국인 택시기사의 공조와 쫓고 쫓기는 이야기다. 말단 외교관과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택시기사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용기 내고 연대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다시 한번 자기 장기를 발휘했다.
"'비공식작전'은 실화에서 출발했지만, 자세한 내막은 공개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대부분 창작으로 이루어졌어요."
'비공식 작전'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도재승 외교관이 납치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여전히 기밀인 사건이기에 굵직한 사건 외 많은 부분을 김 감독의 상상력에 기대고 있다. 김 감독은 "몇몇 사람의 주장을 모아 가공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묶여있는 사건이에요. '대사관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누군가 '모셔 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20개월 만에 한국으로 오실 수 있었다고 했어요. 들리는 말로는 공직자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없는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위험에 빠진 사람을 외면하는 건 아픈 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은 나를 희생해야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 궁금증과 호기심에 기대어 상상력을 채워나간 거죠."
김성훈 감독이 '비공식작전'을 제안받은 건 지난 2018년 여름이었다. 넷플릭스 '킹덤' 후반 작업 중이었던 그는 시나리오를 10페이지가량 읽고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비행기 안에서 읽었어요. 10장 정도 읽어보고 바로 '내가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단박에 결정할 수 있었던 건 '궁금해서'였어요. 원안도 시작하자마자 납치당하고 얼마 뒤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거든요. 이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해지고 구출 과정에서 내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작품처럼 서스펜스, 유머, 장르적 장치를 넣는다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되었죠."
김성훈 감독은 말단 외교관 역의 '민수'를 배우 하정우에게, 사기꾼 기질을 가진 택시운전사 '판수'를 배우 주지훈에게 주었다. 각각 김 감독의 전작 '터널'과 '킹덤'의 주인공들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충무로 기둥으로 불리는 하정우, 주지훈이지만 두 사람의 캐스팅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려왔다.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주지훈의 만남이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우리 영화는 케미스트리가 중요해요. 하정우, 주지훈의 조화를 믿었어요. 상투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역할들을 두 배우에게 주었을 거예요."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한 이후가 중요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에게 새로움을 끌어내는 건 김 감독의 몫이었다.
"우리나라 배우가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저는 브래드 피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그 배우도 오랜 시간 활동해 왔고 누군가는 '언제 적 빵 형이냐?'고 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배우들은 AI가 아니라서 드라마마다 내면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가 있어요. 새 드라마, 새 옷을 입은 배우라면 다른 캐릭터로도 변주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른 주·조연 배우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다양성과 변주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믿었고요."
김성훈 감독만큼이나 배우들도 이 작품에 진심이었다.
"정우씨는 전작도 함께했지만 '이 정도로 적극적이었나?' 싶도록 열심히 했어요. 리딩할 때도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배역을 읽으면서 연기하더라고요. 과거에 보았던 접근 방법이 아니었어요. 배우가 읽어주다 보니 지문도 더욱 잘 보였고요. 지훈씨도 정우씨를 따라 열심히 했어요. 특히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예요. 안기부장이 등장하는 장면을 참 재밌어했는데 직접 '수트 아닌 트레이닝복 차림인 게 어떠냐?'며 아이디어를 내주기도 했어요. 자기 배역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여주었죠. 오래 보고, 사적으로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만날수록 계속 놀라게 되는 거 같아요."
영화 '비공식작전'은 긴장감 넘치는 카체이싱으로 관객들의 눈을 끌기도 했다. 특히 영화 말미 펼쳐지는 카체이싱은 거대한 스케일과 완성도 높은 만듦새로 이른바 '액션 덕후'의 마음을 들끓게 했다. 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전체 회차의 5분의1가량을 쏟아부은 장면으로 모로코에서만 벤츠W123 차량이 8대 이상 망가졌다고 한다.
"극적인 쾌감을 끌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보다 더할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한국 100명, 모로코 150명, 전체 250명 스태프의 아이디어를 최대치로 끌어와서 만들어냈죠. 물론 CG(컴퓨터그래픽)로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CG가 정서까지는 만들 수 없어요. 그래서 최대한 직접 찍으려고 했어요. 시대적 배경에 따라 오래된 자동차들로 카체이싱을 만들어내야 해서 엔진을 교체하고 사운드에도 힘을 줬어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요. 하하하."
'비공식작전'은 공개 전부터 숱한 비교에 시달려 왔다. 여름 영화들이 쏟아졌고 영화 '모가디슈' '교섭' 등이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피랍을 주요 소재로 썼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되었다.
"만들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어요. 영화가 공개될 때쯤부터 '어떻게 극복할 거니' '너희 작품은 무엇이 다르니?' 같은 질문을 받곤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영화'라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답변이라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들은 그들의 길을, '비공식작전'은 '비공식작전'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만의 장점도 있지 않겠어요? 어떤 미사여구보다 영화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보고 판단해 주시기를 바라요."
김 감독은 영화 '비공식작전'을 통해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떠난 외교관과 한국인 택시기사의 공조와 쫓고 쫓기는 이야기다. 말단 외교관과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택시기사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용기 내고 연대하는 과정을 담아내며 다시 한번 자기 장기를 발휘했다.
"'비공식작전'은 실화에서 출발했지만, 자세한 내막은 공개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대부분 창작으로 이루어졌어요."
'비공식 작전'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도재승 외교관이 납치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여전히 기밀인 사건이기에 굵직한 사건 외 많은 부분을 김 감독의 상상력에 기대고 있다. 김 감독은 "몇몇 사람의 주장을 모아 가공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묶여있는 사건이에요. '대사관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누군가 '모셔 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20개월 만에 한국으로 오실 수 있었다고 했어요. 들리는 말로는 공직자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없는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위험에 빠진 사람을 외면하는 건 아픈 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은 나를 희생해야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 궁금증과 호기심에 기대어 상상력을 채워나간 거죠."
김성훈 감독이 '비공식작전'을 제안받은 건 지난 2018년 여름이었다. 넷플릭스 '킹덤' 후반 작업 중이었던 그는 시나리오를 10페이지가량 읽고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비행기 안에서 읽었어요. 10장 정도 읽어보고 바로 '내가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단박에 결정할 수 있었던 건 '궁금해서'였어요. 원안도 시작하자마자 납치당하고 얼마 뒤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거든요. 이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해지고 구출 과정에서 내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작품처럼 서스펜스, 유머, 장르적 장치를 넣는다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되었죠."
"우리 영화는 케미스트리가 중요해요. 하정우, 주지훈의 조화를 믿었어요. 상투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역할들을 두 배우에게 주었을 거예요."
함께 작품을 만들기로 한 이후가 중요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에게 새로움을 끌어내는 건 김 감독의 몫이었다.
"우리나라 배우가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저는 브래드 피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그 배우도 오랜 시간 활동해 왔고 누군가는 '언제 적 빵 형이냐?'고 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배우들은 AI가 아니라서 드라마마다 내면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가 있어요. 새 드라마, 새 옷을 입은 배우라면 다른 캐릭터로도 변주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른 주·조연 배우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다양성과 변주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믿었고요."
김성훈 감독만큼이나 배우들도 이 작품에 진심이었다.
"정우씨는 전작도 함께했지만 '이 정도로 적극적이었나?' 싶도록 열심히 했어요. 리딩할 때도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배역을 읽으면서 연기하더라고요. 과거에 보았던 접근 방법이 아니었어요. 배우가 읽어주다 보니 지문도 더욱 잘 보였고요. 지훈씨도 정우씨를 따라 열심히 했어요. 특히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예요. 안기부장이 등장하는 장면을 참 재밌어했는데 직접 '수트 아닌 트레이닝복 차림인 게 어떠냐?'며 아이디어를 내주기도 했어요. 자기 배역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보여주었죠. 오래 보고, 사적으로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만날수록 계속 놀라게 되는 거 같아요."
영화 '비공식작전'은 긴장감 넘치는 카체이싱으로 관객들의 눈을 끌기도 했다. 특히 영화 말미 펼쳐지는 카체이싱은 거대한 스케일과 완성도 높은 만듦새로 이른바 '액션 덕후'의 마음을 들끓게 했다. 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전체 회차의 5분의1가량을 쏟아부은 장면으로 모로코에서만 벤츠W123 차량이 8대 이상 망가졌다고 한다.
"극적인 쾌감을 끌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보다 더할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한국 100명, 모로코 150명, 전체 250명 스태프의 아이디어를 최대치로 끌어와서 만들어냈죠. 물론 CG(컴퓨터그래픽)로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눈은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CG가 정서까지는 만들 수 없어요. 그래서 최대한 직접 찍으려고 했어요. 시대적 배경에 따라 오래된 자동차들로 카체이싱을 만들어내야 해서 엔진을 교체하고 사운드에도 힘을 줬어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요. 하하하."
'비공식작전'은 공개 전부터 숱한 비교에 시달려 왔다. 여름 영화들이 쏟아졌고 영화 '모가디슈' '교섭' 등이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피랍을 주요 소재로 썼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되었다.
"만들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어요. 영화가 공개될 때쯤부터 '어떻게 극복할 거니' '너희 작품은 무엇이 다르니?' 같은 질문을 받곤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각자 다른 길을 가는 영화'라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답변이라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들은 그들의 길을, '비공식작전'은 '비공식작전'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만의 장점도 있지 않겠어요? 어떤 미사여구보다 영화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보고 판단해 주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