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정치사전] 정쟁에 남발되는 '국정조사', 국민 속 터진다
2023-08-19 05:00
"국민이 요구하는 4대 국정조사를 반드시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 (8월 16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부패의 실체를 규명하고 그 배후를 철저히 가려내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 (8월 2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고속도로 게이트 △무법적 방송장악 △오송참사 △ 잼버리 사태에 대해서 국정조사를 실현하겠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2일에는 국민의힘에서 LH아파트 철근 누락 문제를 두고 국정조사를 거론했다. 여야가 정쟁이 되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셈이다.
또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는 15대 대기업 총수 등을 증인 명단에 포함해 청문회를 열었고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 전반을 조사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참사나 정권 차원의 비리에 대해 파헤칠 수 있는 국회의 중요 권한이다.
그러나 요즘 국정조사는 그렇게 중요한 권한인지 의문이 드는 대상이 됐다. 국회에서 정쟁을 위한 도구로 쓰여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국정조사 요구 이면엔 전·현 정부를 겨냥하고 있어 사실상 내년 총선 주도권 확보를 위한 노림수라는 비판도 있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여야는 국정조사를 계속 정쟁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진행해도 국민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 고유 권한인 국정조사의 품격을 국회 스스로가 떨어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더는 국민이 국회를 외면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